지난 18일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는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규명하는데 집중됐다. 서울시 국감은 오전 10시 시작돼 오후 9시까지 이어졌고, 의원들 질의는 대부분 서울교통공사에 집중됐다.
이날 서울시 국감을 통해 서울교통공사를 둘러싼 의혹의 여러 부분이 풀렸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또 다른 의혹들을 제기하며 이 문제를 국정조사를 끌고 가려고 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얘기들을 정리해 본다.
1. 재직자 친인척은 108명이 전부인가?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지난 15일 서울교통공사가 제출한 ‘친인척 재직 현황 조사’ 자료를 근거로 지난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 1285명 중 공사 직원의 친인척(6촌 이내)이 108명이라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공사가 실시한 ‘친인척 재직 현황 조사’는 응답률이 11.2%(1680명)에 그쳤다”며 “11.2%만 조사된 결과 108명이 재직자의 친인척이라고 밝혀졌는데, 100% 조사가 이뤄졌다면 1080명 가량이 친인척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공사는 17일 해명자료와 18일 국감 답변을 통해 “공사가 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는 전 직원 1만7084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다. 재직자 친인척은 108명이 전부”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국감에서 전 직원 중 99.8%인 1만7045명을 조사해 정규직 전환자 1285명 중 108명이 재직자의 친인척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여러 차례 답변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오류가 생겼을까? 공사에 따르면, 유 의원실에서 공사 인사 담당자에게 조사의 ‘응답률’을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인사 담당자는 ‘친인척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을 묻는 것으로 알아듣고 11.2%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11.2%라면 1912명이다.
유 의원실은 ‘응답률’을 ‘조사에 대한 응답률’이라고 해석해 전체 직원을 1만5000여명으로 잡고 그 중 11.2%인 1680명을 조사해 108명이 확인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료에 대한 논란이 일자 유 의원은 국감장에서 공사 인사 담당자와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으나 공개하진 않았다.
2. 재직자 친인척 전수조사는 어떻게 이뤄졌나?
재직자의 친인척 관계 조사는 개인정보 보호 등에 위배된다. 공사가 보유한 직원 신상카드에서도 재직자 친인척 관계를 확인하긴 어렵다. 다만 가족수당 신청서 등을 통해 대충 규모를 파악할 수는 있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원 1912명이 친인척 관계에 있고, 정규직 전환자 중 재직자 친인척이 108명이라는 수치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공사에 따르면, 당시 조사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2017년 5월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된 뒤 같은 부서에 친인척이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발생하자 향후 자리 배치나 인사 등에 적용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3월 친인척 관계 조사가 시작되자 노조는 이를 거부하라고 조합원들에게 지시했다. 이 때문에 당시 설문조사 형태로 진행된 조사는 중단됐다. 공사는 전체 139개 부서(사업소)를 대상으로 재직자 관계 조사를 다시 요청했고, 부서장들이 인사담당자를 통해 현황을 파악해 보고했다.
3. 실제 채용비리가 있었나?
이번 문제의 핵심은 채용비리다. 108명의 친인척이 공사에 비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들어갈 때 어떤 비리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된 비리는 없다.
박 시장은 국감에서 “실제 친인척이 108명 있다는 건 의혹을 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어떤 비리가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채용상의 불공정은 저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히 조사해 만약 불공정함이 있다면 엄격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객관적 검증을 위해 감사원 감사를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공사 해명자료에 따르면, 재직자 친인척으로 확인된 정규직 전환자 108명 중 34명은 지난 2016년 5월 구의역 사고 이전에 무기계약직 신분을 얻었다. 구의역 사고 이후 36명은 제한경쟁, 38명은 공개채용을 통해 입사한 이들이다.
공사의 무기계약직이 대거 늘어난 것은 구의역 사고 때문이다. 박 시장은 이 사고를 계기로 안전업무를 직영화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자회사나 용역회사에서 일하던 이들을 제한경쟁 방식을 통해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신규 채용은 공개채용 방식이었다. 무기계약직이었던 이들이 일반직(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은 지난 3월이다.
서울시 측은 “채용 과정에서 비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민봉 의원은 서울시 국감에서 제한경쟁 당시 면접 질문지 등을 요청해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향후 감사원 감사나 국정조사가 진행될 경우, 구체적인 비리가 확인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 때문에 공사 내부에서는 자체 감사를 강도 높게 진행해 비리가 있었다면 밝히고 철저히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 정규직 전환자에 노조 간부 친인척도 많나?
한국당의 주장이나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정규직 전환자 중 노조 간부들의 친인척도 대거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있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전날 “서울교통공사 전 노조위원장 아들이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이 되고, 이번에 정규직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108명 중 현 노조 지회장급 이상 간부의 친인척은 단 1명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 채용이 이뤄지던 2016년, 2017년 당시 노조 간부들을 포함해 전직 간부들의 친인척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충분한 해명이 되진 못한다. 전직 간부들을 포함해 노조 차원의 조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5. 직원들이 정규직 전환 정보를 미리 알았나?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공사 직원들이 무기계약직이 곧 정규직이 된다는 걸 알고 친인척들을 입사가 쉬운 무기계약직으로 대거 입사시켰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공사는 “무기계약직 채용 공고는 2017년 3월이 마지막이었고, 서울시의 무기계약직 정규직화 방침이 처음 발표된 시점은 2017년 7월이었다”며 “일정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자 김용태 사무총장은 “박 시장이 2016년 6월에 구의역 사고 한 달 후 정규직화 방침을 밝혔다”고 재반박했다. 정규직 전환 방침이 공개된 것은 채용이 마무리된 2017년 7월이 아니라 채용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 6월이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의 외주화’ 문제를 거론하며 안전업무 종사자들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밝힌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이때 말한 정규직화란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화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은 보장돼 있지만 처우에서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규직’이라고도 불려온 무기계약직을 기존 정규직 직원과 동등한 조건으로 일반직화하겠다는 방침이 공개된 것은 2017년 7월이 처음”이라며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한다는 게 미리 공개돼 있었다면 왜 무기계약직들이 일반직 전환을 요구하며 박 시장을 압박했겠느냐?”고 덧붙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