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형 “맞은 기억 없다…동생 처벌 원치 않는다”

입력 2018-10-19 14:55 수정 2018-10-19 15:10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영상 캡쳐

택배기사인 동생에게 폭행당한 지적장애인 형이 경찰 조사에서 ‘동생을 처벌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반의사불벌’ 요건(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것)이 적용되지 않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동생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또 형제가 사는 동네 주변을 탐문 수사해 폭행이 상습적이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적장애가 있는 친형 A씨(31)을 폭행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B씨(30)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동생에게서 맞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환청이 들리고 환각이 보이는 등 지적장애 3급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평소 형이 행인 상대로 담배를 빌리거나 헤헤거리는 등 이상한 행동을 많이 보였다. 사건이 벌어진 날(지난 18일)엔 (택배) 물품을 순서대로 올려달라고 했는데 아무렇게나 올려줘서 화가 나서 그랬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는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시인을 했지만 피해자는 ‘맞았다는 기억이 없다’ ‘동생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등 앞뒤가 안 맞는 진술을 하는 상황”이라며 “우선 폭행이 발생한 건 맞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제 주변을 탐문 수사해 상습적으로 폭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사할 것”이라며 “피해자 가족 얘기를 들어보고 필요시 장애인복지시설의 도움도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형은 당분간 이모부 집에서 머무르며 동생과 떨어져 지내기로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마포구 택배기사 지적장애인 폭행영상 공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동영상이 공분을 불러일으키자 내사에 착수했다. 영상에는 택배기사 유니폼을 입고 화물차에서 물품을 나르는 A씨와 B씨의 모습이 담겼다. B씨는 영상에서 A씨의 뺨이나 얼굴, 머리 등을 때리거나 찼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출처

영상이 일파만파 커지자, B씨는 온라인에 사과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글에서 “내 홀어머니가 장애가 있고 형도 장애가 있다. 내가 유일한 정상인”이라며 “매주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먹고 있는 형이 안타까워서 실수를 해도 참고 참았는데, 오늘 폭력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나씩 알려주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는 도중 여성분에게 웃고 혼잣말을 하고, 물건을 알려주는대로 안하고…너무나 욱했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