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원 시신 탈취’ 고(故) 염호석씨 아버지 “위증 혐의 인정”

입력 2018-10-19 11:19 수정 2018-10-19 11:25

삼성으로부터 6억원을 받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소속 고(故) 염호석씨 장례식을 노동조합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르게 한 의혹을 받는 염씨 아버지가 재판에서 자신의 위증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국선변호인 선정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정식으로 기일을 열고 혐의 인정 여부 등을 듣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한혜윤 판사는 19일 열린 염씨의 첫 공판기일을 연기하고 다음달 23일 오후 2시에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

‘삼성 노조원 시신 탈취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염호석씨가 2014년 5월 17일 삼성의 노조탄압에 반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유서에 “지회가 승리하는 날 화장해 뿌려주세요”라고 썼다.

검찰 조사 결과, 삼성 측은 장례가 노조장으로 치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염씨 아버지에게 6억원을 건네 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노조 측이 아버지에게 노조장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경찰을 동원해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아들의 시신을 빼돌렸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결국 아들 염씨는 유언과 달리 부산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은 경찰과 대치하다 장례 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염씨 아버지는 2014년 8월 나 지회장의 재판에서 “삼성 관계자와 만난 적 없다” “돈을 받은 적 없다”고 위증한 혐의로 지난달 19일 기소됐다.

변호인 선임을 하지 않고 이날 재판에 출석한 염씨 아버지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한 판사가 “변호인 없이 재판 받을 수 있겠느냐”고 거듭 질문했지만 염씨 아버지는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판사는 공소장이 19일 법정에서 전달됐고, 노쇠한 염씨 아버지의 상태 등 변호인 선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뒤 정식으로 기일을 정하겠다고 결정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