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때립니다” 택배기사 폭행 사건… 숨겨진 딱한 사연(영상)

입력 2018-10-19 10:05 수정 2018-10-19 10:36

공덕오거리 택배기사 간 폭행 사건 고발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공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택배기사는 또 다른 기사의 뺨을 세차게 내리치고 머리끄덩이를 잡았지만 맞는 이는 어떠한 반항도 하지 않았다. 때리고 맞은 두 사람은 형제 사이며 동생이 정신질환을 앓는 형을 일터에 데리고 다녔다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졌다. 불우한 가정환경이 폭력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러나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정이 지역 사회나 단체 도움을 받을 길이 없냐면서 형제의 사연에 안타까워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공덕오거리 택배기사 간 폭행 사건은 네이버 인테리어 카페 ‘레몬테라스’와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18일 저녁 늦게 올라온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사건은 이날 낮 서울 마포구의 공덕오거리 대로변에서 일어났다. 택배기사 2명이 빌딩 앞에 선 택배차에 물건을 싣는 장면은 이 뒤편에 주차된 차 안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택배 트럭에 올라선 기사 한 명이 아래에 있는 기사에게 물건을 건네받는다. 전해주는 방식이 문제가 있었는지 물건을 받던 기사가 아래에 선 기사의 머리와 뺨을 여러 차례 내리친다. 택배 상자로 머리를 때리기도 한다. 맞던 기사는 무릎을 꿇고 이를 본 기사가 내려와 머리채를 붙잡는다. 이후에도 얼굴과 머리 등을 때리는 폭행은 계속된다. 영상은 때리던 기사가 맞던 기사의 머리채를 잡아 차에 밀어 넣은 뒤 뒷문을 걸어 잠그는 것으로 끝난다.

공덕오거리는 차는 물론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유동인구도 많은 대로변에서 한낮에 아무렇지 않게 폭행을 자행하는 일이 너무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영상을 촬영한 이는 “지적 장애를 앓는 것으로 보이는 동료 택배기사를 무자비하게 때리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고 영상에 담았다.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분노했다.

시민 일부는 영상을 접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마포경찰서는 공덕오거리 택배기사 간 폭행 사건의 피의자를 확인했으며 곧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영상은 여러 커뮤니티로 퍼졌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폭행 기사를 처벌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폭행을 가한 택배기사는 19일 새벽 보배드림에 장문의 해명 글을 올렸다. 자신이 때린 사람은 친형이라면서 환청·환각 장애를 앓는 형을 집에 두고 일할 수 없어 함께 다녔다고 했다. 그는 “형이 안타까워서 힘들고 측은하기도 하다”면서도 돌발 행동을 하고 일 처리가 미숙한 형에게 욱해서 폭력을 행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때리지 말고 참아야 하고 더 감싸주고 보살펴 줘야 하는 것도 아는 제가 그랬다”면서 “어머니가 영상을 보시게 되면 가슴 아파하실 것 같아서 더 죄송스럽다”고 했다. 그는 모친 역시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 폭력행위를 개인의 힘으로 끊기란 어렵다.

아픈 형을 데리고 택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딱한 사정을 언급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개인이 감당하기엔 버거워 보이는 삶이다. 지역 사회나 단체의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는 말이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