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장에서 이색풍경이 잇따라 연출되고 있다. 사살된 퓨마 문제를 논하겠다며 벵갈고양이를 특별증인으로 신청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부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태권도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게 들어온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눈길을 끌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태권도 도복을 입고 등장했다.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이 이날 시행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해당 법에 ‘대한민국의 국기(國技)는 태권도로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태권도가 법적으로 ‘국기’가 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이다.
태권도 공인 9단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이날 국감 질의 시작 전 “국기 태권도는 세계 206개국 1억5000만명에 한국말로 한국의 충효를 가르치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며 “오늘은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정말 뜻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권도를 올림픽 공식종목으로 유지하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영구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신념으로 도복을 입었다”고 전했다.
16일 문체위 국정감사장에는 한복이 등장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문화재청과 소관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에 대한 국감을 진행하면서 한복을 입었다.
깜짝 한복 퍼포먼스는 안민석 문체위 위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국감을 시작하면서 “내가 해외에서 약탈 문화재 협상을 할 때 입고 다닌 두루마기를 입고 오려다가 민망해서 못했다”며 “귀한 전통 의상을 한 번 입으려고 해도 용기가 필요하더라. 이게 현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문화재청 국감 때는 여야에 관계 없이 전통 의상을 입고 오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금박으로 장식된 검은색 저고리와 분홍색 빛이 도는 치마로 입었다. 손 의원은 어두운 색에 하얀 깃이 달린 한복을 착용했다.
앞서 안 위원장은 “규율에 얽매이지 말고 문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복장을 하자”고 제안했다. 문체위 상임위원들도 여기에 동의해 국감에 ‘노타이’를 채택했다. 또 그는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국감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문체위는 어느 상임위보다 품격있고 콘텐츠와 정책이 풍부한 국감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국정감사장에는 벵갈고양이가 등장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신청한 특별증인이었다.
김 의원은 얼마 전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 ‘뽀롱이’를 언급하면서 정부가 무리하게 퓨마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장내에 등장한 의문의 철창 안에는 새끼 벵갈고양이가 들어있었다.
김 의원은 “사살된 퓨마랑 비슷한 것을 가져오고 싶었는데 퓨마를 너무 고생시킬 것 같아서 안 가져왔다”며 “동물을 아무 데나 끌고 다니면 안되지 않나. 한번 보라고 저 작은 동물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일 저녁에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는데 아주 전광석화처럼 사살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눈치도 없는 퓨마가 하필이면 그날(남북 정상회담 당일) 탈출해서 인터넷 실시간검색어 1위를 했다”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퓨마 탈출 소동이 남북 정상회담 이슈보다 화제를 모으자 이를 막기 위해 무리하게 사살을 결정했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해프닝도 빚어졌다. 그는 아직 벵갈고양이가 도착하지 않았다며 질의 순서를 뒤로 바꾸거나, 속기사석에 고양이 철창을 두려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퓨마를 무리하게 사살했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새끼 고양이까지 대동했지만 일각에서는 “또 다른 모습의 동물 학대”라는 지적도 나왔다. 낯선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예민한 종으로 알려져있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