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드라마피버(Drama Fever)'가 갑작스럽게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면서 한류를 이끄는 한국 드라마의 전 세계 유통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드라마피버에 최근 일본 자본이 유입됐다는 점을 근거로 한류 열풍 확산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미국의 경제지인 포브스는 16일(현지시간) 워너브라더스가 TV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라마피버의 서비스를 10여년 만에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드라마피버의 모회사인 워너브라더스 측은 “업무상 이유와 K-드라마 콘텐츠 시장의 급작스러운 변화로 OTT(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라며 “다만 드라마피버 인력 110명 중 3분의 2 이상은 워너브라더스 디지털 네트워크(WBDN)로 옮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피버는 2009년 뉴욕 출신 한인 1.5세인 박석, 백승곤 두 사람이 공동 창업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지난 2014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1억 달러에 한 차례 인수했고 2016년 워너 브라더스가 다시 인수했다.
드라마, 예능 등 한국 주요 TV 프로그램에 자체 제작한 영어와 스페인어 자막을 곁들이면서 미국과 동남아, 유럽 등 전 세계 한류 팬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지난 2015년 드라마피버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이용자수는 800만 명에 달하고 이중 80%는 타 인종 한류팬이었다. 시장조사업체인 인포그래픽은 드라마피버가 15개국에 약 1만5000개의 에피소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상속자들' 등 인기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고 그룹 빅뱅의 미국 투어 중계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였다.
드라마피버의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에 매월 4.99달러를 내고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던 해외 교포와 외국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한인교포 A씨는 “현재 방영 중인 ‘백일의 낭군님’, ‘제3의 매력’ 등은 드라마피버가 독점 계약해 공급하고 있어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다”면서 “불법 다운로드 밖엔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워너 측이 드라마피버 폐쇄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억측도 난무하고 있다. 현재 워너브라더스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사업상의 결정”이라고만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드라마 등 한류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피버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미주지역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USA’에선 최근 K팝과 드라마 등이 한류 열풍을 주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드라마피버에 자본을 투입한 일본 기업들이 폐쇄를 이끌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회원은 “돈이 되는 데 왜 닫았을까”라며 “최근 일본 영상물 위주로 구성한 일본 회사 비키(VIKI)에서 회원 가입하라는 메일이 엄청나게 온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