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온 ‘첫 눈’…탁현민 행정관 거취 주목

입력 2018-10-18 15:38 수정 2018-10-18 15:55

바른미래당은 18일 “오늘,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 청와대는 약속대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놓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설악산에 내리던 비가 오전 4시50분쯤 첫눈으로 바뀌었다. 지난해보다 16일 빠른 것이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입에 담기조차 힘든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부적절한 인사를 청와대가 계속 품고 있다는 것은 여성정책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많은 여성들과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눈을 감은 탁 행정관은 그간 청와대의 보호하에 버티느라 참 수고하셨다는 말씀드린다”며 “첫눈이 온 오늘, 탁 행정관의 표현처럼 쿨한 청와대 인사명령을 기다려본다”고 덧붙였다.

탁 행정관은 지난 6월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며 사의 표명을 공식화했다. 특히 “사직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지난 평양공연 이후였다. 애초에 6개월만 약속하고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비서실장님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 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고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본인의 거취를 둘러싼 주변의 설왕설래에 보다 분명하게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속 연출가’ 역할을 맡아온 탁 행정관이 사직할 경우 의전비서관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탁 행정관에게 “올가을 남북 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을 해 달라.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말하며 탁 행정관을 붙잡았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첫눈은 왔지만 탁 행정관이 곧바로 청와대를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이라는 ‘빅 이벤트’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첫눈’이란 표현에 대해 마치 농담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는 다만 연내 탁 행정관의 사직이 공식화됨에 따라 행사기획비서관을 부활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행사 기획은 의전비서관이 총괄해 왔다.

그러나 이 기회에 청와대가 감성적 표현을 좀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소 청와대는 논평이나 브리핑 시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감성적이고 애매한 어휘를 자주 동원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많았다. 청와대는 지난 8월 리비아 피랍 국민에 대해 “그를 납치한 무장단체에 대한 정보라면 사막의 침묵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식의 논평을 내 논란을 빚었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단호한 의지 대신 문학적 수사로 점철됐다는 목소리가 컸다. 여성에 대한 비하로 공분을 산 탁 행정관의 거취 문제를 ‘첫눈이 오면’ 이라는 안이한 표현으로 무마한 것도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