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유치원 차량에 침 뱉고, 욕하는 주민… 아이들 “사람들이 쳐다봐요”

입력 2018-10-18 18:00
환희유치원 원장이 17일 학부모 앞에서 공개 사과하는 모습. SBS

이른바 ‘비리 유치원’ 중 하나인 환희유치원 원생들이 지나치게 집중된 관심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치원 통원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손가락질하는 일부 주민으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염려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 “무심코 하는 행동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일부 주민이 환희유치원 통원 버스를 향해 욕설을 하거나 심지어 침을 뱉기도 한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 때문에 유치원 측이 버스에 부착된 유치원 이름을 가리고 운행하고 있다고 했다.

환희유치원에 18일 문의한 결과 글 내용은 전부 사실이었다. 교사 A씨는 “직접 목격한 학부모들이 말해줬다”며 “손가락질, 욕설, 침 뱉기 등 글에 적힌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점차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결석하는 원생이 많다”면서 “몇몇 원생은 유치원 가방을 들지 못한다. 사람들 시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곳에는 만 3세부터 5세까지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통원 차량에서 하차한 뒤 “왜 자꾸 쳐다보지?” “사람들이 쳐다봐요”라고 말한 원생도 몇몇 있었다고 한다. 유치원 조롱 영상을 찍겠다며 건물 앞에서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유치원 앞에 있는 취재진 카메라도 원생들을 동요시킬까 봐 걱정된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사립 유치원의 제도적 문제이지 아이들 잘못은 없지 않느냐. 어른들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며 울먹였다.

환희유치원 원장은 유치원비 6억8000만원을 유용해 고급 외제차, 명품백 등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치원 규모도 큰 데다가 횡령액도 무려 7억에 달했던 터라 비리로 적발된 사립 유치원 1878곳 중 가장 큰 비난을 받았다. 환희유치원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비리 종류는 13개나 된다.

비리 유치원 파문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8년도 감사 자료를 공개하며 시작됐다. MBC 홈페이지에 등록된 비리 유치원 명단 다운로드 건수는 순식간에 100만을 넘겼다. 박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치원 비리 해결의 끝을 보겠다”며 명단을 추가로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