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PC방 사건 풀영상 보니… “동생, 흉기 든 형 붙잡았다”

입력 2018-10-18 10:33 수정 2018-10-18 17:33
사건 현장(왼쪽)과 PC방 CCTV에 포착된 범행 당시 모습. 온라인커뮤니티/JTBC

서울 강서구 모 PC방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관련, ‘가해자의 동생도 공범’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 CCTV 전체 영상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졌던 ‘루머’는 사실이 아니었다. 앞서 ‘가해자 동생이 피해자 팔을 잡아 범행을 도왔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가해자 동생은 경찰 조사에서 “형의 주머니에 흉기가 있는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CCTV 영상에도 피해자를 폭행하는 형을 동생이 말리는 장면이 나온다. 피해자를 잡아당기며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했는데, 형이 갑자기 흉기를 빼 들었다. 동생은 이때부터 더 적극적으로 형을 제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18일 “동생은 형이 집에서 흉기를 가지고 온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갑자기 폭행이 시작되니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피해자)부터 말렸다”며 “흉기의 존재를 안 뒤에는 적극적으로 형을 말렸다. 이는 최초로 범행을 본 목격자 진술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현장을 목격한 고등학생 3명이 PC방으로 들어가 다른 손님들에게 신고를 요청하는 모습도 CCTV에 찍혔다. 경찰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동생이 흉기를 든 형의 팔을 붙잡고 있었고, 형은 흉기를 휘두르지 못하자 다른 손으로 (피해자를) 때렸다”며 “동생이 우리에게 신고를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온라인에 퍼진 글. 온라인 커뮤니티

사건은 지난 14일 오전 8시10분 발생했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인 A씨(21)는 손님 B씨(30)가 휘두른 흉기에 수십차례 찔렸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날 오전 11시쯤 숨졌다. B씨는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맞아 현장에서 체포됐다. 서울남부지법은 18일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건 현장에는 B씨 동생인 C씨(28)도 있었다.

범행 전 B씨는 다른 손님이 남기고 간 음식물을 치워달라며 A씨에게 화를 냈다고 한다. 이후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해 이들의 말다툼을 중재하고, 화해를 권유한 뒤 돌아갔으나 분을 삭이지 못한 B씨는 집에서 흉기를 가지고 와 범행을 저질렀다. B씨가 집에 다녀오는 동안 C씨는 PC방 로비를 서성였다.

C씨는 PC방 로비를 서성인 것에 대해 “형이 갑자기 나가고 난 다음에 어떤 상황인지 잘 몰라서 그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B씨도 경찰 조사에서 “동생에게 (흉기 소지 사실을) 말 안 했다. 말하면 제지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보면 C씨가 B씨를 따라다니면서 ‘뭐하는데’ ‘왜 그러는데’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면서 “B씨는 끝까지 말해주지 않고 (PC방 인근을) 배회했다”고 강조했다.

C씨가 폭행당하는 피해자를 붙잡았던 것에 대해서도 경찰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먼저 떼려고 했다’는 진술이 신빙성 있다”며 “집단 폭행 사건 등을 수사하다 보면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대부분 정신이 없으니까 가까이 있는 사람을 말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퍼졌던 인터넷 글에는 처음 출동한 경찰이 돌아간 뒤 B씨와 C씨가 화장실에 숨어서 A씨를 기다렸다는 내용도 있다.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모의했다는 것이다. 경찰 측은 “B씨 형제가 함께 화장실에 간 것은 사실이지만 머무른 시간은 5초 정도”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 “형은 당시 휴대폰 자체가 없었다”며 메시지나 전화로 모의했을 가능성도 적다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