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페미니즘은 함께 살 수 있을까. 백소영 강남대 기독교학과 초빙교수는 ‘살고 살리는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의 강의로 해답을 제시했다.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가 1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미와십자가교회에서 주최한 하반기 세미나에서다.
“나의 세례 받던 날은 내 인생의 가장 기쁜 날이었다. 우리 조선 여자들은 몇 천년 동안을 남자들의 압박 아래서 성명이 없이 살았다. 만일 우리 조선에 예수의 빛이 비치지 않았다면 조선의 여성 모임이 오늘 이만치도 발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바로 말하면 조선 여자의 자유 운동은 그리스도의 빛이 우리 반도에 비추어더 날로부터 시작된 것이다.”(김셔커스, 은혜많은 나의 생활, 1927)
“예로부터 우리 조선 여성들은 5000년 동안 어둠 속에 갇혀 사회의 대세는 고사하고 자기들의 개성조차 망각하고 말았다. 이로 보아 남녀 양성으로 이루어진 이 사회가 남성만의 활동과 노력만으로 원만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음을 알 것이다. 여기에 교육받은 여성들이 자각하여 자기들의 책임의 분을 지고 분투한다면 비로소 완전한 사회가 건설될 줄로 믿는다. 중등교육을 마친 우리들은 각각 자기의 이상을 향해 각자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화려한 도시 생활만 동경하고 안일의 생활만 꿈꾸어야 옳을 것인가(최용신, 루씨여자 보통학교 졸업을 하며, 1928)
백 교수는 조선시대 두 여성의 글을 소개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김 셔커스의 고백은 나도 사람이다는 살자는 페미니즘을 나타냈다면 최용신은 건강한 사회 건설을 위해서 여성의 사회 참여가 필요하다는 살리는 페미니즘을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청년 여성들은 페미니즘과 관련한 거의 모든 정보를 밖에서 얻을 수밖에 없다”며 “교회 안 제도적 힘을 가진 여성 목사들은 도움을 주지 않으며 권사나 집사님은 여성으로서 헌신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독 신앙과 페미니즘은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그는 “기독교 텍스쳐 안에 있는 ‘살아라’는 존재 명령과 ‘살려라’는 구원 명령이 페미니즘의 원리를 구성할 수 있다”며 “하나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에게 살아내라는 명령을 했기에 그 생명을 풍성하게 살아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