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수, 벤투의 첫 옵션임을 증명하다

입력 2018-10-17 15:44 수정 2018-10-17 16:22
뉴시스

메수트 외질은 대표팀을 떠나기 전 독일 빌드업 축구의 중심이었다. 요아힘 뢰브 감독이 로스터를 제출 할 때 가장 첫 번째로 그의 이름을 적었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다.

한국의 장현수가 파울루 벤투 감독에겐 그랬다. 그간 몇 차례 실책에도 불구하고 장현수는 벤투호의 첫 번째 옵션이었다. 한국은 16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박주호와 황인범이 2골을 넣었으나 내리 2골을 실점하며 2대 2로 비겼다.

장현수는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벤투 체제에서 첫 선발명단 제외였다. 벤투 감독은 주전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성격으로 한번 정한 베스트 11을 거의 바꾸지 않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대표팀에서도 지난달 코스타리카, 칠레와 2연전을 시작으로 지난 12일 우루과이전까지 골키퍼를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 선발진 변화를 거의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파나마전 만큼은 달랐다. 파나마는 북중미 복병으로 꼽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의 약체다. 지난 12일 일본과 평가전에서 0대 3으로 지면서 최근 6연패에 빠져있는 팀이기도 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 있다고 판단한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이러한 파나마를 실험무대로 삼았다. 큰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실험해보겠다는 벤투 감독의 계산이었다. 2대 1로 승리했던 지난 12일 우루과이전과 비교했을 때 장현수를 포함해 선발명단을 무려 5명이나 바꾼 것이 그러한 배경이다. 그간 고정되다시피 했던 포백 수비라인에도 변화를 줬다. 박주호가 벤투호의 새로운 레프트백으로 나섰으며 장현수가 수행하던 역할은 김민재가 맡았다.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한국 대 파나마의 경기.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한국은 2-0으로 앞서다가 프리킥 세트피스 수비와 실책 등 집중력 난조로 내리 2골을 내줬다. 벤투 체제에서 2골이나 실점한 것은 이번 경기가 처음이다. 장현수의 공백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벤투 감독은 후반 중반 이후 경기가 풀리지 않자 결국 장현수를 투입했다. 한 골이 필요한 시점에서 공격수가 아닌 수비자원을 투입했다는 것은 벤투 감독이 장현수를 빌드업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장현수 투입 효과는 확실했다. 공수 상황에 맞춰 라인을 올리고 내리며 벤투 감독의 주문을 확실하게 이행했다. 대표팀의 후방은 빠르게 안정됐다. 비록 결승골이 터지진 않았지만 장현수의 유연한 경기 운영 속에 측면에서 공간도 많이 확보됐다.

장현수 역시 경기가 끝난 후 한 매체를 통해 “후반전 2-2가 되며 빌드업을 많이 강조하셨다. 볼을 앞으로 몰고가며 빈 공간에 주라고 하셨다”고 벤투 감독의 주문에 대해 이야기했다. 벤투 감독은 전반 30~35분까지 원하는 흐름으로 갔지만 이후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고 총평했다. 수비불안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장현수의 달라진 모습에 팬들도 화답했다. 그를 향한 야유는 응원과 함성으로 조금씩 뒤바뀌기 시작했다. 장현수는 “경기장에 들어갈 때 경기에만 집중해서 잘 듣지 못했다. 팬분들이 성원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대표 팀을 항상 지금처럼 많은 사랑을 해주시고 응원하고 경기장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