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 내세운 정기 휴가?’ 전북도교육감의 수상한 해외출장 8년

입력 2018-10-17 15:03 수정 2018-10-17 16:54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전북도교육청 제공.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해외 연수중인 교사 격려와 현지점검을 이유로 지난 8년간 국외 출장에 나선 사례가 당초 7차례보다 많은 10차례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김 교육감은 이 기간 7차례나 수행 비서를 대동한데다, 이들 2명이 쓴 예산이 모두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김 교육감은 영어권 5개국을 두 차례, 혹은 세 차례씩 방문한 데다 일정의 절반 가까이가 사실상 관광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공무를 내세워 방학 때마다 정기휴가(?)를 다녀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다시 쏟아지고 있다.

◇ 8년간 10차례 같은 명목 출장 … 7차례는 수행비서 대동

17일 전북도교육청에 정보 공개를 요청해 받은 ‘김승환 교육감의 해외출장 현황’에 따르면 김 교육감은 2010년 7월 취임한 이후 ‘초중등 영어(담당) 교사 해외 어학연수 현지 점검’이란 명목으로 모두 10차례 해외출장에 나섰다. 이들 출장 일수를 모두 합치면 석 달이 넘는 94일이다.

김 교육감은 취임 7개월 뒤인 2011년 1월 영국과 프랑스‧독일 등 3개국을 11일간 방문했다. 같은 해 여름방학에는 미국 하와이를 찾았다.

이듬해 7월 캐나다에 이어 2013년 호주와 뉴질랜드를 11일간 둘러봤다. 2011년, 2015년, 2016년에는 겨울과 여름방학에 연달아 비행기를 탔다.

특히 출장 10차례중 7차례는 실무담당자들 외에 수행 비서를 꼭 대동하고 길을 나섰다.

김 교육감은 올해 7월1일 3선이 된 뒤 29일 만에 다시 같은 이름으로 영국 출장길에 올랐다. 그는 당시 10일간 레스터대와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대에 들러 연수중인 전북지역 영어 교사들을 격려했다.

비슷한 출장에 나서지 않은 해는 지난해가 유일하다. 교육청 안팎에서는 2018년 선거를 1년 앞두고 자제를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초중등 영어(담당) 교사 해외 어학연수 현지 점검’ 현황. 전북도교육청 자료.

◇ 비서 포함해 1억원 넘는 예산 지출 … 같은 나라 2∼3차례씩 방문

김 교육감이 10차례의 출장에 쓴 교육청 예산은 혼자만 7486만원에 이른다. 2016년 8월 캐나다 방문 때에는 1124만원을 썼다. 앞서 2013년 호주‧뉴질랜드 출장길엔 839만원이 들었다.

여기에 김 교육감의 수행비서가 7차례에 걸쳐 쓴 비용도 2784만원에 이른다. 동행한 실무자들의 경비를 뺀 교육감과 비서들의 경비만 합치면 모두 1억 270만여 원이다.

더욱이 김 교육감의 일정과 출장 국가를 보면 고개를 가로 젓게 한다. 그는 10차례의 해외 출장 동안 영어권 5개 나라를 모두 두 차례 이상 방문했다.

지난 7월 방문한 영국은 이미 2011년 1월과 2015년 7월에 이어 다녀온 국가다. 올해까지 3차례나 런던 히드로공항을 찾은 셈이다.

미국 하와이는 2011년 7월과 2016년 1월에 다녀왔다. 캐나다 연수기관인 맥길대는 2012년 여름과 2016년 여름에 둘러 봤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2015년 8월 어학연수중인 교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나선 영국 출장 중 바스의 로열 크레센트 앞에서 찍은 뒤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 일정에 토‧일요일 꼭 포함 … 하와이 섬 일주와 로키국립공원 방문 등 사실상 관광

김 교육감 출장 일정의 절반 가까이가 사실상 관광이라는 시선도 많다.

김 교육감은 출장 때마다 연수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하고 대학 관계자 면담, 캠퍼스 투어, 기숙사와 홈스테이 방문 등을 했다. 각 연수기관마다 이틀씩, 4∼5일이면 마무리할 수 있는 스케줄이다.

그러나 김 교육감의 출장은 대부분 10일 안팎으로 짜였다. 꼬박 꼬박 토‧일요일이 포함됐다. 김 교육감은 이때 일행들과 현지 문화체험을 하거나 유명 관광지를 돌았다. 이들의 주말과 휴일의 방값과 식사비, 여비 등도 모두 교육청 예산으로 지급됐다.

올해 8박10일간의 영국 출장에서도 김 교육감 일행은 4일간 포츠머스와 런던 등을 둘러봤다. 앞서 2016년 1월 9일간의 미국 하와이 출장땐 주말과 휴일을 이용, 오아후섬을 일주하고 비숍 박물관을 관람했다. 같은 해 8월 캐나다 방문때에는 빅토리아에서 캘거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이틀간 로키국립공원에서 호수와 아이스필드 등을 관광했다.

결국 해마다 비슷한 행사를, 심지어 같은 연수기관에서 반복하는 일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높아가고 있다. 교육 수장으로서 두 세번 직접 둘러보고 이후엔 실무진만 보내도 충분할 듯한 프로그램에 김 교육감은 굳이 앞장서 참여했다.

이에 “개인 돈이라면 저토록 할 수 있을까”라는 비판이 커가고 있다.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교사 격려라는 미명아래 김 교육감이 해마다 적지 않은 혈세를 사용한 것이 진정 타당한지 의문이 간다. 공무를 내세워 방학 때마다 휴가를 즐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교육감이 사용한 내역을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측은 ‘정당한 공무였고, 허투루 낭비한 시간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15∼16일 대변인과 비서실장을 통해 김 교육감에게 관련 입장을 들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김 교육감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대변인실이 전해왔다.

전북도교육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김승환 교육감의 2010년 취임 이후 해외 출장 현황 자료 중 '해외 어학연수 현지 점검' 관련 자료 표지들.

◇ ‘정보 공개’ 통해 자료 수집 … 파일 30여개 190여 장 분석

이번 자료는 기자가 전북도교육청에 ‘김승환 교육감의 2010년 취임 이후 해외출장 현황’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해 받은 것이다. 파일 30여개에 담겨 있는 190쪽의 자료를 분석했다.

앞서 국민일보는 지난 7월29일 ‘교사 격려? 연례 휴가?… 김승환 전북교육감 6년째 해외출장 논란’ 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7월 하순 김 교육감이 또 해외출장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의 언론 보도와 김승환 교육감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SNS를 잘 활용하는 김 교육감은 마침 해외 방문때마다 일정과 소감 등을 거의 매일 자신의 SNS에 올려 놓아 사실 관계를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정확한 사실을 알기 위해 도교육청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받은 자료를 꼼꼼히 분석한 결과, 김 교육감의 해외 출장 사례가 당초 파악했던 6년간 7차례보다 많은 8년간 10차례나 되고, 수행 비서를 포함해 두사람이 쓴 경비가 1억원 가까이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자료 분석에서 김 교육감이 ‘국제교류’ 등의 명목으로 영국과 독일 베트남, 중국 등을 다녀온 일반적인 해외출장 사례는 제외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