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스타를 보낸 토론토의 과감한 도전

입력 2018-10-17 14:10 수정 2018-10-17 14:23
카와이 레너드=AP뉴시스

지난 8월 미국프로농구(NBA)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9시즌동안 토론토 랩터스에서 1만3296득점 2739리바운드 2078어시스트를 기록한 프랜차이즈스타 더마 드로잔이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카와이 레너드와 트레이드됐다.

많은 토론토 팬들이 분노를 표시했다. 드로잔은 토론토에 데뷔한 뒤 끊임없이 토론토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던 선수다. 또 토론토가 드로잔에게 “트레이드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한 뒤 이를 어긴 것이 밝혀지며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트레이드 상대가 지난 시즌 명확한 이유 없이 거의 전경기를 빠지면서 온갖 구설수를 만든 레너드라는 점도 팬들의 분노를 더했다.

그러나 토론토가 아무 계산도 없이 의리를 저버린 것은 아니다. 드로잔의 계약은 아직 3년이 남아있다. 그런데 드로잔은 커리어 내내 플레이오프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선수다. 특히 지난 시즌 토론토는 동부 콘퍼런스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도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시리즈 스코어 4대 0으로 패했다. 드로잔은 4차전 막판 벤치에 앉아있을 정도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더마 드로잔=AP뉴시스

지난 시즌 동부콘퍼런스 1위를 차지한 토론토는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동부 콘퍼런스의 강자다. 제임스가 빠진 동부에는 보스턴 셀틱스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다크호스 밀워키 벅스 정도를 제외하면 강적이 없다. 아직 토론토에는 에이스를 보좌할 올스타 포인트가드 카일 로우리가 건재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 약한 드로잔이 에이스라면 지난 수년간의 플레이오프 부진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와 달리 레너드는 코트 안에서의 기량만 놓고 보면 드로잔보다 한수 위의 선수다. 레너드는 NBA의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들이 뽑히는 퍼스트팀에 2번이나 선정됐다. 세컨드팀에 1번, 서드팀에 1번 선정된 드로잔보다는 기량이 확실히 높다고 봐야 한다. 거기다 드로잔과는 달리 샌안토니오가 우승한 2014년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강심장이다.

중요한 것은 레너드가 올 시즌이 끝나고 바로 FA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토론토에게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거의 경기에 나서지 않은 지난 시즌과 달리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면 레너드로서도 실적이 필요하다. 레너드에게 토론토는 정말 좋은 자기 홍보의 장이 될 수 있다. NBA 우승을 센터 드마커스 커즌스까지 가세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나 지난 시즌 MVP 제임스 하든의 휴스턴 로키츠 등 서부의 강팀들에게 내주더라도 일단 동부 콘퍼런스를 제패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만 가면 레너드의 가치는 하늘을 찌르게 된다.

여기에 토론토는 1995년 창단 후 단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에 가지 못한 팀이다.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을 낸 뒤 레너드가 남아주면 좋고, FA가 돼 떠나면 리빌딩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토론토가 선수들의 기피구단이라지만 NBA는 결국 신인지명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제한적 FA' 규정이 있는 NBA를 고려하면 좋은 신인을 뽑으면 그 신인을 적지 않은 기간동안 잡아둘 수 있다. 얼마든지 다시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토론토는 18일(한국시간) 토론토의 스코샤뱅크아레나에서 르브론이 없는 클리블랜드와 개막전을 치른다. 프랜차이즈를 버리고 풍운아를 끌어안은 토론토의 과감한 도전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