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내란음모 수사 중 “北 간첩활동 했다” 보도한 언론사에 건 소송 패소

입력 2018-10-17 10:42
뉴시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자신을 두고 ‘간첩활동을 했다’는 보도를 한 조선일보와 TV조선 기자·프로그램 패널 등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재판부는 17일, 이 전 의원이 두 매체 기자와 프로그램 참여자 등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등 혐의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2013년 9월 일부 기사와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 전 의원이 북한을 위해 간첩활동을 했다” “(이 전 의원의) 아들에게 ‘주체사상을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이 속한 지하조직이 북한과 이메일 등으로 연락했고 복구된 이메일 중에는 ‘북한 잠수함 지원방안을 준비하라’는 내용이 있다”는 등의 보도를 했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돼 2014년 2월 1심에서 징역 12년에 의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인 2심에서는 내란음모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으로 감형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을 선고해 당시 소속된 의원 4명과 함께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날 재판부는 두 매체가 보도의 객관적 근거나 취재 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더라도 악의적이었다거나 심각하게 경솔한 공격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국회의원의 법적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 의무를 근원적으로 저버리는 내용의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보도는 언론의 감시·비판·견제 기능을 위해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범죄혐의 내용이 국회의원이 저질렀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고 중대하므로, (언론 등은) 이에 대한 의혹을 신속히 보도할 필요가 공익상 크다”며 “실제 유죄가 확정된 범죄사실 등을 고려하면 보도 내용처럼 원고가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연계돼 범죄행위를 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