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지역 맘카페에서 ‘아동 학대’ 오해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보육교사의 동료가 소셜미디어에 추모글을 남겼다. 그는 “천장만 바라봐도 동료이자 아꼈던 동생 얼굴이 그려져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동료 A씨는 16일 오전 한 지역 모임 소셜미디어에 긴 글을 올렸다. 그는 “저는 보육교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함께 3년을 근무한 사랑하는 동료 교사를 잃었다”고 글을 시작했다.
A씨는 “교사에게 안기려고 했던 아이를 밀치고 돗자리만 털었다는 교사를 아동학대라고 신고하고, 인천·김포 맘 카페에 글을 올려 마녀사냥이 시작됐다”며 “교사의 반, 실명, 사진까지 공개됐다. 너무나 순식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학부모는 괜찮다고 이해해 주셨는데 (아이) 이모님이 오히려 나서서 해당 교사에게 소리를 지르며 물까지 뿌리는 행동을 하셨다. 원장님, 부원장님, 교사는 무릎 꿇고 울며 사죄드렸다”고 덧붙였다.
고인인 B씨는 소란에 놀란 동료 교사들이 교실 밖으로 나와 볼 때마다 “괜찮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다. A씨는 “예식장에서 만나야 할 (B씨의) 시부모님을 장례식장에서 만났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CCTV가 공개되면 교사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모든 걸 안고 본인이 사는 아파트를 올라가며,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시 묶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홀로 계신 어머니. 사랑하는 남자친구”라고 했다.
유서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유서에는 넘어진 원생을 일으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과 동료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모친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B씨가 잘못됐단 소식을 듣고 30초가량은 꿈인가 보다 했다. 불과 2시간 전에 함께 있었는데”라며 “제 머리를 때리고 무릎을 치며 통곡했다. 지켜주지 못한 저 자신이 너무나 싫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울러 “마지막 헤어지며 제 얼굴을 한번 빤히 쳐다본 B씨 얼굴이 생각난다. 너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우리 보육교사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 나의 한마디로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생각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A씨는 “헤어짐이 너무나 아프고 아프다. 지켜주지 못해 언니가 미안하다. 이젠 조용한 곳에서 편안히 쉬렴”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13일 오전 2시50분쯤 경기도 김포 통진읍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도 나왔다. B씨는 지난 11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에서 열린 어린이집 가을 나들이 행사 때 돗자리를 정리하던 중 안아달라며 다가온 C군을 제지했다. 청소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C군이 밀려 넘어졌고, B씨는 C군을 일으켜 세워주지 않은 채 청소를 이어갔다.
이 내용이 김포 지역 맘 카페에 퍼졌다. C군의 이모가 “보진 않았지만 전해 들었다”며 B씨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더욱 커졌다. A씨의 실명, 사진 등까지 공개됐다.
네티즌들은 맘 카페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을 두고 크게 분노하고 있다.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부 맘 카페 회원들이 B씨를 죽음까지 몰아갔다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는 ‘김포 맘카페’가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련 인터넷 기사에도 B씨를 추모하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