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락사무소 개소 한 달… “한 밤 숙소 접촉으로 10·4 행사 제안도”

입력 2018-10-16 18:00 수정 2018-10-16 18:10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숙소동 전경. 통일부 제공

남북 간 상시적 연락 채널인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운영을 시작한 지 벌써 한달이 넘었다. 그간 남북은 연락사무소에서 남북 사무소장 간 2차례 공식 회의를 비롯해 부소장 간 수시 접촉이 이뤄졌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공동연락사무소에 상근하며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김창수 부소장 겸 사무처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한 달간의 운영 성과 및 연락사무소에서의 일상을 소개했다.

4개 층으로 이뤄진 연락사무소는 2층은 남측이, 4층은 북측이 사용하고 있다. 일종의 ‘완충지대’인 3층은 회의실로 앞으로 남북 간 분과회담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내 청사 안내판. 통일부 제공

남북 인력은 사무실 간 유선전화와 남북 연락관 간 무전기, 대면 접촉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김 부소장은 “무전기 사용 빈도가 전화보다 훨씬 높다. 대면 접촉은 복도에서 만나는 것을 비롯해 일과 후에 숙소에 찾아가는 식으로 수시로 접촉하고, 필요시 회의를 하고 있다”며 “남북 간 24시간 365일 연락체계가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밤 중에 남북 간 접촉이 이뤄지기도 했다. 김 부소장은 “지난달 27일 밤 9시45분쯤 북측이 우리 숙소로 찾아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남북 간에는 지난 한 달간 숙소에도 상호 오가는 일이 자주 있었지만, 이날은 북측이 ‘중요한 전달 사안이 있으니 사무실에서 보자’고 했다. 북측에서 오후 11시55분쯤 가져온 문서는 10·4 남북 공동선언 11주년 기념행사를 평양에서 공동으로 진행하자는 제안이었다. 다음날 연락사무소장 간 회의가 잡혀 있었기 때문에 이를 회의에서 공식 논의하기 위해 긴급히 남측 숙소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소장이 전한 개성에서의 일과는 이렇다. 연락사무소 직원들은 대부분 오전 7시쯤 일어나 7시30분 숙소에서 3분 거리인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 후에는 식사 주변을 산책할 수 있다고 한다. 남측 직원들은 당초 북측 관계자 인솔 하에 사무실과 숙소, 식당을 오갈 수 있었는데, 현재는 이 세 곳은 북측 인솔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 통일부 제공


업무는 오전 9시 간부회의로 시작된다. 남북 간 공식 연락은 오전 9시30분과 오후 3시30분 두 차례가 진행된다. 부소장 간 회의는 당초 매주 1~2회 고정적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북측이 수시 회의를 요청했다. 공식 업무는 오후 5시에 종료되고, 이때부터는 당직 체계로 연락사무소가 운영된다.

김 부소장에 따르면 연락사무소에는 식당 외에 이렇다할 여가시설이 없다. 숙소동 1층에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하거나, 탁구를 하는 정도가 개성에서 할 수 있는 여가활동의 전부다. 아직 인터넷도 연결이 안 돼 남측의 뉴스도 TV를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다고 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숙소동 1층에 마련된 체력단련실. 통일부 제공


김 부소장은 인터넷 연결을 위해 북측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KT측과 협의가 마무리 단계인데, KT 측에 따르면 보안상이나 기술적인 문제는 별로 없다고 한다. 김 부소장은 “빠르면 이번 주나 다음 주까지 의견 조율을 종료하고 바로 북측에 제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북 인력이 한 곳에서 근무하다보니 이런저런 일화도 생겨나고 있다. 현재 연락사무소에는 의정부성모병원에서 파견된 간호사가 매일 남북 출입국사무소(CIQ)를 통해 출퇴근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김 부소장이 북측에 처음 온 간호사에게 ‘북측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소감이 어떻느냐’고 묻자 “신기하고 무섭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게재된 개성정배수장 운영 관련 안내문. 통일부 제공


또 연락사무소가 운영을 시작하면서 현재 개성 시내에는 남측 정배수 시설을 거친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다. 김 부소장은 “정수장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에게 물어보니, 개성 시민들도 정수장에서 불소 처리가 된, 그래서 양간 냄새가 나는 물을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며 “아무래도 그 냄새가 나면 확실하게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 냄새가 살짝 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남북 사상 최초로 운영되는 공동연락사무소에서의 근무 경험이지만 남측 가족과 차단된 생활이 고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현재 개성 사무소에는 여직원 두 명이 근무 중인데 가족과 닷새씩 떨어져 있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북측 직원 가운데에는 현재까지는 여직원이 없다.

북측 사무소 운영을 맡고 있는 황충성 소장대리는 우리 통일부 격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소속이다. 황 소장대리는 지난 1월 장관급회담과 평창동계올림픽 등에 참석했고, 지난 7월부터는 연락사무소 개보수 현장을 지휘 감독한 인사라고 한다. 남북 연락사무소 부소장(소장 대리) 간에도 한달 사이 높은 친밀감이 형성됐다. 김 부소장은 최근 황 소장대리에게 개성 송악산 등반대회와 박연폭포 야유회를 제안했다. 그랬더니 황 소장대리는 “박연폭포 뿐이냐, 황진이 무덤은 안 걸 것이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