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어린이집 교사 사망 사건 직후에도 꿈쩍하지 않던 김포맘카페에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어린이집 소풍 행사에서 아동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 이모의 고발글이 최초로 올라온 곳이다. 이곳 회원들은 이모의 글에 “선생님의 이름을 공개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식의 댓글을 달며 함께 공분했다. 교사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겠냐”는 식의 댓글이 이어졌었다. 그러나 현재는 “추모한다”거나 “나부터 반성한다”는 식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사건을 지켜보던 회원들도 “방관한 죄가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포 어린이집 교사 사망 사건이 시작된 김포맘카페는 네이버 카페에 3년 전 둥지를 틀었다. 16일 현재 3만30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2017년 네이버 인기 카페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포 통진읍에서 어린이집을 다닌다는 자신의 조카의 피해를 주장한 이모의 글은 11일 저녁 늦게 올라왔다. 이모는 소풍 행사에서 돗자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아이를 밀친 교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회원들은 댓글로 맞장구쳤다. 김포맘카페 회원들은 교사의 피해 사실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아이와 가족을 위로하는 댓글을 많이 달았다. 이모는 위로에 일일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회원들은 댓글과 개인 쪽지로 어린이집과 교사의 신상을 공유했다.
회원 중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때리거나 꼬집진 않았을까(생각한다)” “그날만 학대했겠냐”며 사건을 부풀리는 이들도 있었다.
급기야 “선생님 얼굴과 이름을 모두 공개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식의 반응마저 나왔다.
이모의 글이 올라온 이틀 뒤인 13일 새벽 교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이모가 어린이집을 찾아와 폭언을 하고 물을 뿌렸다고 동료 교사는 진술했다.
그러나 교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김포맘카페에는 “고발글은 잘못이 없다”는 식의 반응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한 회원은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듯 해서 안타깝다"라고 했고 또다른 회원은 "고발글은 선생님을 몰아붙인 것이 아니다. 글을 올리신 분은 잘못이 없다"고 썼다. "학대 의심이 되어 공익 목적으로 카페에 글을 쓴 것이지 다른 목적은 없지 않냐"는 댓글도 있었다.
김포맘카페는 이모의 고발글을 검색이 되지 않게 처리했다가 되레 “문제의 어린이집과 손을 잡았느냐”는 비판을 들었다. 김포맘카페는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교사를 추모하는 글을 삭제하다가 지적이 일자 추모글을 유지하겠다는 공지를 띄웠다. 김포맘카페 매니저는 15일 “추모글은 막지 않겠다. 비난과 원망과 분노가 아닌 추모글로만 가득 차길 바란다. 어느 누구도 더이상 다른 피해를 받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