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에 비리 유치원 글 썼다가 쫓겨난 엄마입니다”

입력 2018-10-16 11:27 수정 2018-10-16 13:09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전국 ‘비리 유치원’ 명단이 시·도교육청 감사로 지난 11일 공개된 가운데 한 학부모가 맘카페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강퇴당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비리 유치원 중 한 곳에 아들을 보낸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리 유치원에 당한 엄마. 맘카페서 쫓겨났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해당 유치원이 보인 행태에 대한 속마음을 평소 자주 들르던 지역 맘카페 자유게시판에 올렸다”며 “게시글은 순식간에 삭제됐고 아이디는 활동 정지됐다. 쫓겨난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맘카페에 올렸다는 글을 공개했다. A씨는 그 글에서 “급히 이사하는 와중에도 아이 유치원만은 고심 끝에 골랐다. 이번 사태로 내막을 알게 됐는데,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해당 원장이 직무 정지 및 감봉의 중징계를 받았더라”며 “그 와중에 지역소식지와 인터뷰한 지면을 가정통신문에 끼워보낸 ‘선택적 배려심’은 무엇이냐. 잘못은 했지만 지역 여론을 선도한다는 자신감이냐”고 썼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이어 “오늘 아이 가방에 A4 용지 한 장짜리 사과문이 딸려왔다”며 “‘안 받아도 될 감사 자처해 받았다’ ‘별거 아니고 조치는 다 했다’ 등의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그랬다고 잘못이 없어지느냐. 숨기고 싶은 치부가 사라지느냐”며 “다들 쉬쉬하면 다시 좋은 게 좋다며 웃으려 했느냐”고 비판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사건은 A씨가 이 글을 올린 뒤 발생했다. A씨가 글을 쓴 지 10분이 채 안 돼 카페 관리자로 보이는 1명이 “유치원 관련이나 정치적 성향의 글은 문제될 수 있으니 삭제해달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후 게시글은 ‘규정위반’ 카테고리로 옮겨졌다.

직후 이번에는 A씨가 비판한 유치원 학부모라고 주장하는 한 카페 회원이 모바일 채팅을 걸어왔다. A씨는 “그 대화를 요약하면 ‘너 그 유치원 학부모 맞느냐’ ‘속상하니 입 다물어라’ ‘유치원에 직접 얘기하면 될 걸 일 크게 만들지 말아라’ 이 세 마디”라면서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 회원은 문제의 유치원이 어디인지, 관련 학부모 공지가 문자메시지로 언제 전송됐는지까지 다 알고 있더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일련의 상황이 황당했던 A씨는 곧이어 새로운 글을 게시했다. 그 안에는 첫 게시물 내용과 이후 일어난 일들을 정리한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이 글에 “정당한 정보공개를 통해 학부모와 아이들의 권리가 지켜진다고 믿었을 뿐”이라며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하는 정보공개 청구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인 이유”라고 썼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글을 게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A씨에게는 ‘현재 활동정지 상태’라는 통보 문구가 날아왔다. 이와 동시에 모든 카페 활동이 멈춰졌다. 이후 받은 안내문 속 활동정지 사유에는 ‘유치원’이라는 단어만 적혀 있었다.

A씨는 “‘정말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라는 말에 답을 얻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8년도 감사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원장이 유치원 공금으로 명품 가방, 성인용품 등을 사거나 자녀의 대학 입학금을 지급한 내용이 포함됐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적발된 사립 유치원은 1878곳에 이르며 저지른 비리는 5951건이다. 박 의원은 문제의 사립 유치원 실명을 공개했으며 추가 자료 확보를 예고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