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첫 출전 아프리카, 고생한 만큼 성장했다

입력 2018-10-16 10:18
아프리카 프릭스 ‘투신’ 박종익. 라이엇 게임즈

아프리카 프릭스가 2연패 뒤 4연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8강에 합류했다.

아프리카는 15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A조 2라운드에서 플래시 울브즈(대만), G2(유럽), 퐁 부 버팔로(베트남)를 잇달아 격파하며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앞선 1라운드에서 퐁 부 버팔로를 꺾은 걸 포함하면 4연승을 내달린 아프리카다. 2라운드에서 플래시 울브즈와 G2가 2패를 떠안으면서 아프리카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라운드를 매듭 지었다.

만족스러운 결과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마음 고생이 심했다. 16강 첫 경기에서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됐던 G2(유럽)에 무기력하게 졌다. 이어 대만 강호 플래시 울브즈에도 완벽히 패하며 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운영 중심의 경기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프리카는 챔피언 한 둘을 사이드로 빼는 등 LCK에서 하던 방식을 고수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창의적인 유럽팀과 공격 일색인 대만팀에게 완전히 파훼됐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이를 악물었다. 조합을 바꿨고, ‘기인’ 김기인에게 좀 더 힘을 실었다. 아울러 연륜의 ‘스피릿’ 이다윤에게 마지막까지 희망을 걸었다. 아프리카는 특유의 탄력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되찾았다. 1라운드에서의 패배를 완벽히 설욕했다.

경기 후 매체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선수들은 하나같이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동시에 “어려운 와중에 찾아와서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홈 이점이 살아난 것이다.

아프리카는 롤드컵 무대에 처음 발을 디뎠다. 공식전으로 치면 지난 8월 18일 그리핀과의 서머 스플릿 플레이오프 이후 2개월여 만에 시합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경기력을 기대하는 건 과한 욕심이었다.

한국은 당연히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이들을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다. 세계가 평준화되는 추세다. 8강에 한국, 중국, 유럽, 북미 등 지역별 4팀이 고르게 올랐다.

다행히 아프리카는 제 페이스를 찾고, 이기는 방법을 체득했다. 지난 시즌 ‘슬로우 스타터’로 우승컵을 든 젠지와 상당부분 닮아있다. 아프리카는 조 1위를 자력으로 확정 지으며 8강에서 kt를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아프리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홈에서의 더 큰 응원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