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풀어줘야” 김포 어린이집 교사 죽음에 ‘공분’ 확산

입력 2018-10-16 05:01 수정 2018-10-16 05:01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린 30대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투신해 숨진 사건이 알려지자 공분이 일고 있다. 이 교사는 지역 맘카페에 신상이 공개돼 악플에 시달리고, 아이 이모로 알려진 인물에게 수모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에서는 맘카페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와 일부 학부모들의 갑질을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김포 통진읍 한 어린이집 교사 A씨(38)는 지난 11일 원생들과 떠난 가을 나들이 직후 지역 맘카페에서 아동학대 가해자가 돼 있었다. 3년간 함께 근무했다는 동료 교사 글에 따르면 ‘A씨가 자신에게 안기려 한 원생을 밀치고 돗자리를 털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글쓴이는 A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고, A씨가 근무하는 어린이집 실명이 몇몇 맘카페로 퍼져나갔다.

A씨는 원생 학부모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원만하게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이 이모라고 밝힌 여성이 어린이집에 찾아와 A씨와 동료 교사들을 무릎 꿇리고 물을 뿌리며 계속해서 거칠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악몽같은 일을 겪고 밤 늦게 퇴근한 A씨는 13일 오전 2시50분쯤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14층에 올라 스스로 몸을 던졌다. 투신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아이에게 미안하다. 다른 교사에게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홀로 계신 어머니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남겼다.

동료 교사는 온라인 게시글을 통해 “의자를 들고 올라가며,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시 묶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라며 “지켜주지 못한 제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또 “너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우리 보육교사는 참아야 한다”고도 썼다.

A씨가 아이 담임 교사였다고 밝힌 학부모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다. 그곳에서 있었던 상황이 아동학대라면 나는 수없이 더한 학대를 하며 아이 둘을 키워온 것이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길 바란다”고 적었다.

동료 교사가 적은 게시글

어린이집 학부모가 남긴 글

현직 보육교사들의 원망 섞인 글도 이어졌다. 한 교사는 “왜 교사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할까요? 앞뒤 상황도 모르고 멀리서 본 행동을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 인터넷에 올려 한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이 정말 아동을 위하는 행동이었을까요”라고 적었다. 다른 교사는 “이렇게 죽어야만 교사편이냐”고 썼다.

학부모들의 그릇된 행태를 지적하는 글도 이어졌다. 한 전직 교사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잘못이 없는데도 죄인이 됐다. 이런 억울함과 정신적 피해는 누가 보상해주냐”고 하소연했다. 다른 교사는 “부모들은 아이를 모두 기관에만 맡기고 책임지라고 한다”며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애가 다치면 항의가 쏟아진다. 제발 인격적 대우만이라도 해달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A씨 사망으로 아동학대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맘카페 등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숨진 A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글과 함께 맘카페 폐쇄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A씨 명예회복을 요청하는 청원에는 16일 오전 4시까지 4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동참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