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용기한 만료 소화기, 5개 검사하고5000개 사용 연장…“검사 과정 허술”

입력 2018-10-16 06:00

지난해부터 실시 중인 소화기 사용기한 연장 검사가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소화기의 5개의 성능만 검사했는데도 최대 5000개가 한꺼번에 합격한 경우도 있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성능확인이 검사된 소화기는 3300여개였지만, 총 37만여개의 소화기가 사용기한이 연장됐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소방시설법에 따라 제조된 지 10년 된 소화기는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해 성능을 확인받은 경우에 한해 사용기한을 3년 연장할 수 있다.

이때 적은 수의 소화기 시료 몇 개만 검사하면, 적게는 몇십개에서 많게는 몇만개의 소화기 목록이 모두 통과된다. 가령 소화기 2~50개는 2개의 시료, 51~500개는 3개의 시료, 501~3만5000개는 5개의 시료, 3만5000개 이상은 8개의 시료를 추출하면 된다.

권 의원은 시험 추출하는 표본 수량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5개만 검사해 최대 5148개의 소화기 성능검사가 완료된 사례가 있다. 이외에 2000개 이상이 합격한 사례도 6건이나 발견됐다.

또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현장에 나가 시료를 추출하는 게 아니고, 소화기의 소유자가 검사할 소화기를 직접 고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시료는 설치환경이 열악한 장소(옥외 또는 주위온도가 높거나 습기가 많은 장소 등)의 소방용품을 추출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따로 없다. 따라서 소유자가 보유한 소화기 중에 가장 성능이 좋을 법한 소화기 몇 개만 산업기술원에 제출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권 의원은 “오래된 소화기는 화재가 났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시험 추출하는 표본의 수량을 늘리고, 산업기술원 관계자가 직접 현장에 나가 시료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검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