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기온이 뚝 떨어진 이후 텐트·캠핑카에 난방용 매트와 숯불을 켜놓고 잠자던 장애인 부부와 3부자 등 5명이 잇따라 숨져 초보 캠핑족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10도 안팎의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캠핑은 무난하지만 밤새 체감기온이 0도 이하로 급격히 낮아졌을 경우 무시동 히터 등 고가의 전문적 장비 도움 없이 야외에서 잠을 청했다가는 낭패를 겪기가 십상이다.
전문가들은 “야외에서 잠을 자기가 춥다고 해서 텐트나 캠핑카 등의 출입문과 창문을 무조건 꼭꼭 닫은 채 산소를 많이 소비하는 난방기구를 켜두는 행동은 위험천만하다”고 경고했다.
요즘 확산추세인 SUV차량을 활용한 ‘차박’이나 ‘노지숙박’을 하는 캠핑객들이 “춥지만 않으면 된다”고 방심했다가 큰 코를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 오전 11시50분쯤 광주 북구 건국동 영산강변 다리 옆 텐트 안에서 A(63)씨와 아내(56)가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부부의 친척은 “이틀 전부터 A씨 부부와 연락이 닿지 않아 근래 낚시를 하러 자주 찾던 강변에 와보니 부부가 숨져 있었다”고 신고했다.
A씨 부부는 안에서 잠겨진 텐트 안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었다.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A씨 부부는 소아마비로 둘 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었다. 게다가 부인은 얼마전부터 암을 앓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텐트 내부에서는 휴대용 부탄가스로 작동하는 온수 매트가 켜져 있던 점으로 미뤄 피해자 장애인 부부가 질식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전기로 작동하는 온수매트와 달리 휴대용 부탄가스를 원료로 하는 온수 매트는 물을 데우는 가열기를 반드시 텐트 밖에 꺼내놔야 한다. 일산화 탄소 중독 등이 캠핑족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온수 매트와 가열기를 같은 장소에서 작동시키려면 텐트나 캠핑카의 문을 반드시 조금 열어두어야 한다.
하지만 피해자 부부는 가열기를 텐트 안에서 동시에 작동한데다 텐트 출입문도 안으로 걸어 잠근 채 잠이 든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전남 담양에 사는 피해자 부부는 약 한 달 전부터 같은 장소를 잇달아 방문하며 낚시를 해왔으며 이날 기온이 떨어지자 난방을 위해 무심코 가열기를 안에 둔 채 온수 매트를 켰다가 화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A씨 부부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할 예정이다.
10여년 경력의 캠퍼 전효성(36)씨는 “온수 매트보다는 성능이 뛰어난 독일제 무시동 히터 등이 가을이나 겨울철 캠핑에 제격이지만 100만원 이상의 고가로 어쩌다 캠핑을 하는 이들이 장만하기는 제법 부담스런 가격”이라며 “난방대책은 혹한기 캠핑의 출발점이자 종점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보 캠퍼들이 흔히 겪는 시행착오가 아무런 난방대책 없이 ‘괜찮겠지’하고 야외에서 잠을 청했다가 감기, 몸살을 앓거나 집으로 철수하게 되는 일”이라며 “야외에서는 반드시 확실하고 검증된 난방대책을 세워둬야 편하고 안전하게 캠핑의 멋과 낭만을 즐길 수 있다”고 충고했다.
앞서 경남 창원에서는 캠핑 중이던 아버지와 두 아들이 캠핑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4일 오후 8시15분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제덕동 한 바닷가 공터에서 부자 사이인 A씨(82), B씨(57), C씨(55) 등 3부자가 나란히 숨진 것이다.
경찰은 이들 부자가 날씨가 밤새 추워지자 야외에 있던 숯불을 캠핑카 안으로 옮겨 놓고 자다가 산소부족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 등은 전날 13일 오후 10시까지 딸과 사위도 동석한 자리를 갖는 등 가족들과 함께 캠핑카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캠핑카 밖에서 고기 등을 구워먹고 귀가한 딸과 사위는 다음 날 오후까지 3부자와 휴대전화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캠핑카에서 잠자리에 든 3부자가 추위를 덜기 위해 전날 고기를 구을 때 사용한 숯을 캠핑카 내부에서 피우고 잠을 자다가 저산소증으로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캠핑카 안 싱크대 위에서 다 타버린 숯을 발견했다.
경찰은 다수의 숯이 캠핑카 내부의 산소를 전부 태워버렸으나 잠든 3부자가 이를 미처 인식하지 못해 수면 중에 호흡곤란을 겪다가 끝내 저산소증으로 숨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3부자가 숨진 캠핑카에 다른 사람의 침입 흔적이나 유서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규명되겠지만 의사의 검안 결과 3부자는 저산소증으로 숨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며 “춥다고 무조건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숯불을 피우거나 산소사용이 많은 난방기구를 가동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