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도 ‘우승자 징크스’가 생길까. 아직 축적된 데이터는 없지만 LoL계에 경쟁팀이 많아지면서 ‘절대 강자’가 왕좌에 눌러 앉을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승자 징크스’는 직전 대회 우승팀이 다음 시즌까지 폼을 유지하지 못하고 부진할 때 쓰이는 용어다. 대표적인 예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월드컵이다. 80년 동안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이 없었던 독일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었으나 지난 6월 열린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 멕시코에 패해 조별리그 탈락했다. 반면 한국은 세계랭킹 1위 독일을 본선에서 꺾은 유일한 아시아팀에 등극했다.
우승자 징크스는 냉정히 말하면 껴 맞추기 해석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유의미한 알맹이가 있다. 우승자 징크스는 ‘치열한 경쟁’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축구는 대륙별 강호들이 부지기수 많다.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출전하는 월드컵 무대에서 잇달아 좋은 성적을 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2002 한·일 월드컵 우승국인 브라질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8강 탈락했다. 2006년엔 이탈리아가 우승컵을 들었지만 2010년 조별리그에서 떨어졌다. 2010년 우승팀 스페인 역시 다음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했다. 올해 독일도 조별리그에서 고배를 마셨으니 3대회 연속 우승팀이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e스포츠계에도 우승자 징크스가 있었다. 일례로 OGN(구 온게임넷)에서 진행된 스타리그는 ‘우승자 무덤’이었다.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다음 대회에서 16강의 벽을 넘지 못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 임요환, 이제동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만이 이 징크스를 넘어 2대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롤드컵도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2013년부터 5대회 연속 롤드컵을 지배했던 한국이지만 올해는 홈에서 큰 위기에 봉착했다. 중국뿐 아니라 대만, 유럽, 북미 팀의 도전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메타가 바뀌어도 결국 답을 찾았던 한국이지만 올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에 집중됐던 롤드컵 패권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유럽, 북미팀이 한국·중국·대만을 꺾는 ‘사건’이 우후죽순 일어나고 있다. 최근엔 베트남, 일본, 중남미 등도 기량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변방에 머물렀던 팀들이 서서히 중심부 진출에 도전하면서 앞으로 우승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