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탈북자 출신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의 취재를 불허했다.
김 기자는 15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 취재단에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거부당했다. 통일부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
당초 김 기자는 풀(Pool) 취재에 함께 할 예정이었다. 모든 기자가 현장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 순서를 정해 한 명씩 취재한 뒤 이를 공유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번 고위급 회담에선 기자단이 정한 순서에 따라 조선일보를 포함해 4개 언론사가 취재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판문점으로 출발하기 1시간 전 조선일보에 ‘풀 취재 기자를 변경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어 ‘그렇지 않을 경우 취재단에서 배제하겠다’고 통보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한정된 공간에서 고위급회담이 열리는데, 김명성 기자가 활발한 활동을 해서 널리 알려졌으니 언론을 제한한다기보다는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변 안전을 염두에 둔 결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가 탈북자이기 때문도 아니라고 말했다. ‘북측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자체적으로 종합해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같은 결정은 14일 오후에 나왔다. 결정 주체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판문점으로 출발하기 전 “(회담 장소가) 판문점이라는 상황, 남북고위급회담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한 판단”이라며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 기자는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했을 때 풀 취재단에 참여했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부 한 관계자는 “언제부터인가 통일부가 탈북자 행동에 제약을 놓는 기관이 돼 버린 거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통일부 기자단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성명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여전히 냉전의식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북한 평화가 온다는 것은 누구나 남북한 방문에 제약이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탈북자가 블랙리스트 1호가 된다면 진짜 평화가 아니다”라며 “한국도 월북자가 한국에 재방문 하는 것을 불허해선 안되고, 북한도 탈북자가 가는 것을 금지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통이 크다면 탈북자도 포용해야 한다”며 “통일부가 탈북 기자를 판문점 취재에서 배제한 것은 여전히 냉전의식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