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아름다운 고집, ‘플랜B는 없다’

입력 2018-10-15 13:21 수정 2018-10-15 14:23
파울루 벤투 감독. 뉴시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안정된 조직력을 강화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9월 A매치부터 지난 3경기 간 똑같은 8명의 선수들이 선발명단에 올린 것은 그러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남태희, 기성용과 정우영, 이용과 홍철, 김영권과 장현수의 포백라인이 그들이다.

최전방 공격수와 골키퍼의 로테이션을 제외하면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12일 우루과이전에 선발로 나선 선수들은 골키퍼를 제외하면 지난달 11일 수원에서 열린 칠레전(0대 0) 선발진과 같았다. 3경기 연속 교체출전한 문선민 역시 벤투 감독이 첫 번째 백업요원으로 구상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실상 이들이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출전할 정예요원이라는 뜻이다. 벤투 감독은 세밀한 위치선정과 지능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성격으로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그랬다. 플랜B가 부실하다는 지적 역시 있으나 베스트 11에 집중하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10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조금 더 완벽한 축구를 그라운드에 펼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확히 얘기하면 조직력을 빠르게 끌어올려 플랜A의 세밀함과 완성도를 갖추겠다는 뜻이다. 그는 지휘봉을 잡은 후 “새로운 선수들을 실험하면서 기틀을 다지려고 한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면 누구라도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문을 열어놨으나 아직까진 익숙한 선수와 전술로 나서고 있다. 전술과 철학이 확고한 만큼 대표팀에 빠르게 자신의 색을 입히겠다는 의지다.

벤투 감독이 골키퍼와 수비수들은 물론 모든 선수들에게 긴 크로스나 롱볼보다는 짧은 패스로 위로 올라가는 방법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발을 맞춘 시간과 조직력을 우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토대가 중요하다. 토대를 만들어야지, 새로운 선수를 뽑을 수 있다. 지난 두 경기는 만족스러웠다”는 그의 말에서 이러한 의도를 확인해볼 수 있다.

아시안컵이 4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이상을 그리기보단 현실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팀에 주어진 훈련 시간은 많지 않다. 장기적인 세대교체 역시 벤투 감독에게 주어진 숙제지만 이는 아시안컵 이후로 미뤄도 충분하다. 플랜A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플랜B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뜻이다.

벤투 감독이 “후방부터 빌드업하는 스타일은 100% 계속된다”고 밝혔을 정도로 대표팀의 색깔이 갖춰진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아시안컵까지 남은 모의고사는 단 3차례다. 3차례 동안 세부적인 조직력을 가다듬고 아시안컵 본선에 참가해야 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