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부터 달랐다” kt ‘유칼’ 손우현의 화려한 롤드컵 데뷔

입력 2018-10-15 12:30
kt 미드라이너 ‘유칼’ 손우현.

만 17세 청년이 부산 벡스코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13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펼쳐진 kt 롤스터 대 에드워드 게이밍(EDG, 중국)의 맞대결을 끝으로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그룹 스테이지는 반환점을 맞았다. 이후부터는 날마다 조별로 경기를 치러 상위 라운드 진출 팀을 가린다. 14일 경기에서는 로열 네버 기브업(RNG, 중국)과 클라우드 나인(C9, 북미)이 8강행 티켓을 따냈다.

kt 미드라이너 ‘유칼’ 손우현은 이번 그룹 스테이지 최고 스타 중 한 명이다. 그는 10일 팀 리퀴드(북미)전과 12일 매드 팀(대만·홍콩·마카오)전에서 각각 7킬 5어시스트, 6킬 5어시스트로 활약했다. 데스는 기록하지 않았다. 13일 EDG전 역시 1킬 1데스 4어시스트로 단단하게 팀 중심을 잡았다. kt는 3전 전승으로 그룹 스테이지 1주 차를 마무리했다.

“원석을 잘 찾아 보석으로 세공한 느낌이랄까요.”

최근 그의 활약상을 지켜본 kt 사무국 관계자의 말이다. 손우현은 스프링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데뷔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팀에 리그 우승컵을 안겼다. kt로서는 2014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이후 4년 만에 되찾아온 우승 타이틀. 이들에게 손우현은 문자 그대로 ‘복덩이’다.

이 관계자는 손우현에게 “처음 팀에 들어온 ‘스코어’ 고동빈이 현재는 팀의 얼굴 같은 느낌 아닌가. 손우현도 그런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전했다. 아울러 “‘제2의 페이커’가 아닌 ‘제1의 손우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우현은 ‘페이커’ 이상혁의 오랜 팬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손우현의 장점은 긴장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롤드컵 데뷔전인 10일 팀 리퀴드(북미)전에서 세트 MVP에 선정됐다. 탑 로밍을 통해 킬을 따냈고, 상대 미드라이너 ‘포벨터’ 유진 박 상대로 솔로 킬을 챙겼다. 경기 초반 바텀에서 실점하며 주춤했던 kt는 이 플레이로 다시금 흐름을 탈 수 있었다.

활약의 원천은 자신감이다. 그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본 베테랑 서포터 ‘마타’ 조세형은 손우현의 강심장을 높게 평가했다. 조세형은 12일 매드팀 전 이후 인터뷰에서 손우현에 대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패기가 있다”고 칭찬했다. 그는 또 “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건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kt 정제승 코치.

물론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과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데뷔 전부터 손우현을 지켜봐 온 정제승 코치가 그런 입장이다. 13일 EDG전을 승리한 뒤 만난 정 코치는 “속된 말로 ‘스타병’처럼 관심이 과해졌을 때 오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다. 본인은 잘 이겨낼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 어리기 때문에 컨트롤이 힘들 수도 있다. 잘해줘서 고맙지만 그런 걱정도 많이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손우현에게 가장 많은 애정과 기대를 갖고 있는 것 또한 정 코치다. “(손)우현이가 잘해줘 기분이 좋다”는 정 코치는 “사실 아마추어 시절 떡잎부터 달랐던 선수였다.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프로게이머로서 좋은 발전 방향을 갖고 있어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 코치는 이어 “본인이 원하는 대로 ‘페이커’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그걸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또 꼭 뛰어넘지 못하더라도 훌륭한 선수로 클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덧붙였다.

손우현은 지난 9월 서머 시즌 우승 직후 “‘루키’ 송의진, ‘샤오후’ 리 위안하오 등과 붙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 팀들의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손우현이 한국 팀 미드라이너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의 활약상은 16일 C조 그룹 스테이지 경기에서 지켜볼 수 있다.

부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