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질환을 앓는 20대가 늘고 있다. 학업과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잘못된 자세로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16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척추의 날’을 맞이해 20대 척추 건강 실태를 살펴봤다.
◇ 척추 환자 5년 새 90만명 늘었다… 50대 8%↑·20대 15%↑
지난해 국내 척추질환자는 863만9712명이다. 2013년 775만148명에 비해 88만 9564명 증가했다.
특히 척추질환을 앓고 있는 20대의 증가율에 주목해야 한다. 20대 척추질환자는 2013년 52만7159명에서 2017년 60만7014명으로 7만9855명 증가했다. 5년 새 약 15% 증가한 것이다. 척추질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50대는 지난해 193만4701명이었지만 같은 기간 증가율은 8%다. 증가율로 보면 20대의 절반 수준이다.
오랜 학업과 취업준비로 청년층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에 대한 건강증진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20대 경추∙요추질환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지속되는 학업과 취업준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잘못된 자세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중년 이후 척추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20대 여성 척추질환 환자는 29만3350명으로 20대 남성 환자 31만3664명보다 적었다. 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면서 여성 척추질환 환자(75만5544명)가 남성 환자(65만8796명)를 추월했다. 50대 이후부터는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1.5배가량 많은 현상이 나타난다.
여성 척추질환 환자가 유독 많은 이유는 남성에 비해 근력이 약하고 척추에 부담을 주는 가사노동을 오랜 기간 해오기 때문이다. 보통 50대에 폐경이 오는데 이때 뼈가 약해지면서 척추질환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20대부터 꾸준하게 척추건강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엄국현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대부분 척추질환자들은 아프기 전에는 굳이 병원을 찾지 않는다”며 “질환을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중증으로 이어지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척추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큰 만큼 척추 관리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척추 퇴행, 20대부터 진행… 흡연∙음주 경계해야
척추질환은 퇴행과 잘못된 자세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보통 20대부터 시작된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근력이 강한 20대라고 하더라도 운동 부족과 잘못된 자세 등은 척추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척추질환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고 요통의 경우 일상생활에서도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방치하면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질 수 있다. 나쁜 생활습관으로 척추 주변 인대가 약화되고 디스크(추간판)가 그 부담을 감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흡연, 음주 등도 척추질환의 원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생의 음주량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우리나라 대학생의 음주행태 심층조사’에 따르면 한 번에 10잔 이상 술을 마신다는 대학생 비율은 38.4%로 2009년(26.0%)보다 크게 늘었다. 술은 뼈에서 칼슘을 빠져나가게 한다. 흡연은 담배의 일산화탄소가 척추 혈액순환을 방해해 뼈로 가는 무기질 흡수를 막아 척추 퇴행을 촉진시킨다.
척추질환은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대소변 장애 등이 동반되는 마미증후군 환자 등 전체의 5~10%가량만 수술이 필요하다. 환자 90~95%는 비수술 치료만으로 완치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방에서는 척추질환 치료에 추나요법과 약침, 한약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척추 주변 근육이 뭉치거나 위축되면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때 정제한 봉독을 사용한 봉약침 치료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면 통증이 줄어든다. 또한 뼈와 연골을 강화시키는 한약으로 척추의 퇴행화를 방지하고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 준다.
◇ 조기 치료 위해 20대부터 척추 건강 검진 받아야
척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사전에 질환을 발견해 조기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척추 질환은 초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자세 교정 등으로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다. 하루 종일 노트북,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다 보면 척추·관절은 강한 압박을 받아 약해진다. 이는 허리디스크, 척추측만증으로 이어진다.
척추질환은 X-ray, CT, MRI 등 검진 장비를 통해 간단하게 판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는 척추 건강검진에 대한 중요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척추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국한돼 있다.
엄국현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20대 척추질환은 즉각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갖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20대 척추 건강이 중장년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