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비상… 유류세 10년 만에 내린다

입력 2018-10-15 02:01


정부가 ‘유류세 한시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처럼 유류세를 10% 낮추면 현재 ℓ당 1600원 중반대인 휘발유 가격은 1500원 후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인하는 ‘경기 방어’ ‘내수 촉진’ 성격이 강하다. 높은 국제유가가 한국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기 전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유가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고공행진 중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류세는 휘발유, 경유, LPG부탄에 붙는 세금을 말한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매겨진다. LPG부탄에는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부과되고 있다. 유류세 가운데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은 휘발유와 경유의 경우 교통·에너지·환경세, LPG부탄은 개별소비세다.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의 기본세율(ℓ당 세율)은 휘발유 475원, 경유 340원, LPG부탄 147원이다. 정부는 시행령을 고쳐 기본세율의 30%를 탄력적으로 인상 또는 인하할 수 있다. 지금은 탄력세율을 적용해 기본세율보다 10%가량 높은 휘발유 529원, 경유 375원, LPG부탄 161원을 부과한다. 탄력세율을 낮추면 이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주행세(26%), 교육세(15%)도 덩달아 낮아지면서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전체 가격이 낮아지면 부가가치세도 떨어진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든 이면에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있다. 지난해 10월 11일 배럴당 54.78달러이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4일 84.44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다음 달부터 이란 제재를 공식화한 가운데 공급 차질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증산을 결정한다 해도 ‘이란 손실분’을 다 메우기에 역부족이다.

유가 상승은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4일 “유류세가 적용되는 휘발유·경유·LPG부탄은 대부분 수송용으로 쓰인다. 유가가 오르면 일반 국민이 외출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 되고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배럴당) 국제유가가 80달러를 넘어서면서 특히 영세 소상공인, 중소기업, 서민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를 통해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가처분소득을 조금이라도 늘려 경제 활력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주 발표할 고용 대책과 거시경제 활력 대책에 유류세 인하를 담을 것으로 보인다. 관계 부처 협의, 시행령 개정 등을 거쳐 연내 시행할 계획이다.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인하 폭은 10% 안팎으로 관측된다. 세율을 10% 내리면 이달 첫 주에 ℓ당 1660원인 휘발유 가격(전국 주유소 평균)이 1578원으로 82원(4.9%) 낮아진다. 경유는 1461원에서 1404원으로, LPG부탄은 925원에서 904원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유류 사용이 많은 부유층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3∼12월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0% 내렸었다. 2000년에도 2개월간 한시적으로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유류세를 각각 5%, 12% 인하했었다.

세종=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