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모피’ 입는 나, 죄책감 덜어도 될까?

입력 2018-10-14 06:01
인스타그램 캡처

세계 4대 패션 위크 중 하나인 런던패션위크는 올해 처음으로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동물의 털을 사용해 패션 업계를 휩쓸어온 각종 브랜드는 모피를 두 손에서 놓았다. ‘퍼-프리(fur-free)’를 선언하고 인조 모피로 돌아선 것이다.

패션 업계는 빠르게 모피를 버렸다. 구찌, 마이클 코어스, 톰 포드, 존 갈리아노, 메종 마르지엘라, 지미추, 베르사체는 약 2016년부터 모피 사용을 중단했다. 버버리는 최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들어온 뒤 모피로 만든 모든 의류 라인을 없앴다. 버버리 최고관리자 마르코 고베티는 “(동물 모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모던 럭셔리,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린 럭셔리(green luxury)’를 표방하는 브랜드 스텔라 맥카트니는 창립 때부터 모피를 쓰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의 미디어 디렉터 웬디 히진스는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사회적 책임, 지속 가능성, 동물 보호를 기대하고 있다”며 ‘퍼-프리’ 트렌드를 BBC에 설명했다. 히진스는 “사람들은 모피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라면서 “(모피는) 사람들이 원치 않는 이기심을 상징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찌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의 움직임이 도미노 효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2018년도 버버리 런웨이에서 무지개색 인조 모피 코트를 입은 모델 카라 델레바인

그렇게 많은 디자이너들은 인조 모피를 대체재로 삼았다. 그렇다면 인조 모피를 당당하게 사용하는 그들과, 인조 모피로 된 옷을 입게 된 우리의 죄책감은 사라진 것일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동물 모피의 제작 과정이 비인간적이었다면, 인조 모피의 제작 과정 또한 환경친화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조 모피는 합성 섬유인 모다크릴릭 파이버로 만들어졌다. 석유를 원료로 한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제조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일어난다. 세탁 과정에서는 초극세사를 방출하고 쉽게 분해되지도 않는다.

히진스는 “패션계에서 사용하는 모든 재료는 생태발자국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의 가죽을 벗겨 만들어내는 모피가 동물에게 끔찍한 만큼, 인조 모피 생산에서 나오는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도 과장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인조 모피 염색에 쓰이는 화학 물질, 이산화탄소 배출 등, 인조 모피는 지구 친화적이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한 킴 캔터는 BBC에 “동물의 모피가 인조 모피보다 환경에 더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더 많다”면서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모피 업계는 광고에 쓸 수 있는 돈이 아주 많다”면서 “그들은 똑똑하다. 사람들을 이용해 (인조 모피도 잘못됐다는) 메시지를 조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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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환경 친화적인 ‘털’을 만들기 위한 과학계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지속 가능한 패션 센터’의 미나 주고빅은 “생물 공학은 식품, 패션 및 그 밖의 분야에서 동물에게 친화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고빅은 런던 대학교의 한 학생 채임버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채임버스는 현재 장미 덩굴에서 새로운 셀룰로스 섬유를 만들어 인조 모피에 적용하려 연구하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인조 모피를 만들기 위한 조직인 바이오퍼(BioFur)는 줄기 세포로 모피를 생산하고 있었다. ‘인조모피기관’에서는 국제모피연합의 주장에 따라 40%를 식물로 만든 섬유를 개발하고 있었다. 이처럼 석유를 기반으로 한 모피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안전한 방법을 연구하는 시도는 끊임없이 전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