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가 정세훈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출간

입력 2018-10-13 22:33 수정 2018-10-13 22:54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잘난 꽃 되지 말고 못난 꽃 되자/함부로 남의 밥줄 끊어 놓지 않는/이 세상의 가장 못난 꽃 되자(‘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중)

노동운동가 정세훈(사진) 시인이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를 출간하고 지난 4일부터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 고은갤러리에서 시화전을 열고 있다.

노동자 민중의 어둡고 힘든 삶을 담은 시화전은 기부를 위한 기금마련 시화전이다.

“촛불집회 와중에서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을 맡아 일했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하에서 다년간 희생한 외면할 수 없는 민예총 실무관계자의 열악한 삶을 알게 됐습니다. 감히 돕는다는 말조차 함부로 할 수 없지만 그저 그 희생의 삶에 보답하고자 지난 3월부터 기금마련 시화전을 준비했습니다. 마침 올해가 내 시력 30주년이기에 의미가 있다여기고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발표한 8권의 시집 중에서 시화에 어울릴만한 시 53편을 골랐다.

화가 서예가 판화가 전각가 사진작가 등 52명의 저명한 시각 예술가들이 56점의 재능기부 시화 작업을 했다.

시화전은 17일까지 진행된다.

정 시인은 또 20~26일 고향인 충남 홍성군 홍주문화회관에서 개최한다.

이어 다음 달 2일부터 2주간 인천 문화공간 ‘해시’에서 전시회를 연다.

부평역사박물관에서 다음 달 19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노동자와 공장, 공단마을에 관련된 시화전을 연다.

시 53편과 시화 56점이 실린 시화전을 위한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는 지난달 25일 출간됐다.

정 시인은 2016년 10월22일 광화문광장에서 가진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인블랙리스트진상규명 및 퇴진 기자회견에 한국민예총 수도권이사장 직함으로 참석한 뒤 진행된 촛불집회에서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을 맡아 지난 2월까지 직을 수행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객지로 나와 20여년 주야간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진폐증에 걸렸다.

29살 때부터 전조증상으로 병치레를 하다 45세 때 진폐증이란 걸 알았다.

2006년 52세 때 가망성이 없다는 수술을 앞두고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라는 시집을 내놓고 수술을 받았는데, 기적처럼 살아났다.

시인은 이를 두고 “재생”이라고 말했다.

재생된 후 투병생활 전부터 해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복직투쟁 현장 등 어둡고 힘들고 낮은 곳을 찾아 연대하고 있다.

두 권의 시집 출판기념 행사에서 모은 기금을 콜트콜택 투쟁현장과 노동자의 집 건립 기금으로 기부했다.

1989년 ‘노동해방문학’, 1990년 ‘창작과 비평’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저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끝내 술잔을 비우지 못하였습니다’, ‘그 옛날 별들이 생각났다’,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부평 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등과 장편동화집 ‘세상 밖으로 나온 꼬마송사리 큰눈이’, 포엠에세이집 ‘소나기를 머금은 풀꽃향기’ 등을 간행했다.

인천작가회의 회장, 고 박영근시인시비건립위원회 위원장, 리얼리스트100 상임위원, 한국작가회의 이사, 제주4.3제70주년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 소년희망센터건립추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인천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공동준비위원장,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 운영위원, 위기청소년의좋은친구어게인 이사, 소년희망센타 운영위원 인천민예총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