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일자리수석 임무는 단기 알바 만들기?…각 부처 차관 불러 성과 확인

입력 2018-10-13 14:52 수정 2018-10-13 15:27

실업자가 9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가는 등 고용 한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속 없는 단기일자리 창출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13일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정부 내부문건에 따르면 지난 1일 청와대는 정태옥 일자리수석 주재로 단기일자리정책 발굴회의를 연 것으로 드러났다. 회의 안건은 청와대 비서관실별로 각 부처와 협의해 단기일자리 정책과제를 발굴하는 것으로 청와대는 취합된 내용을 오는 10월 둘째 주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단기일자리 회의’가 열린 다음 날, 공기업 35곳 등 360곳의 기관에 ‘BH 단기일자리 관련 추가공지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공문에는 ‘단기일자리 확충에 관한 내용이 저조하다’, ‘금년 내 확충할 수 있는 단기일자리를 적극 발굴해 달라’, ‘단기일자리 확충 실적은 향후 일자리 컨테스트 및 기관 평가 시 고려사항으로 검토 중에 있다’, ‘BH보고 일정이 촉박하다’고 재촉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가 취합한 내용은 이틀 후 14개 부처 차관들과 담당 국․과장이 참석하는 ‘일자리정책 관계부처TF’회의에서 논의됐고, 정 수석이 각 부처의 단기일자리 관련 성과를 확인했다고 민 의원 측은 전했다.

각 공공기관들도 정부의 단기일자리 발굴 지침에 따라 잇따라 단기 인력 채용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민임대주택 등 예비자 서류 접수와 계약체결 업무 보조를 위해 근무 기간이 최장 2주에 불과한 단기 인력 687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LH가 이런식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는 5천242개에 달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동절기 운항시설 관리 지원과 시설물 관리 현장 업무 등에 최장 3개월 동안 근무하는 단기 근무 인력 1천28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풀 뽑기 등 환경 개선 사업에 971명을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역 안내도우미로 대학생 100명 등 1천500명을 뽑을 계획이다.


민 의원은 “일자리 수석의 임무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고용지표가 나쁘다고 단기 알바 자리나 공기업에 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그렇다면 일자리 수석이 아니고 통계청장의 조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심우삼 기자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