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이틀 전 설치”… ‘동덕여대 침입男’ 사건 뒤늦은 대처

입력 2018-10-13 13:00 수정 2018-10-13 13:04
사진=트위터 캡처

한 남성이 동덕여자대학교에 몰래 침입해 나체로 음란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건물에는 이틀 전에야 CCTV가 새로 설치돼 그 전 기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학교 측은 수시모집 기간에 지원자와 학부모들이 방문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해당 사건과 관련한 학생들의 공개발언을 미뤄달라고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학교 측이 학생 안전 문제에 대해 대비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대처도 안일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13일 해당 사건 신고를 접수한 뒤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동덕여대 불법 알몸촬영남 사건. 여성들의 안전권보장,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지난 6일 어떤 남성이 트위터에 쓴 글과 사진이 발견됐다”며 “문제의 글은 그 남성이 동덕여대 강의실과 복도 등에서 알몸으로 돌아다니며 음란행위를 한 영상들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하지만 해당 건물의 CCTV에는 사건 당시 기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화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CCTV가 있을 줄 알았는데 경찰에게서 이틀 전에야 그 건물에 CCTV가 설치됐다고 들었다”며 “이전 기록은 공사 때문에 확인할 수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학교에 CCTV가 없었고 업체가 바뀌면서 새로 CCTV를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애초에 방비가 제대로 안 돼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안업체 선정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총학생회장은 “보안업체가 바뀐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입찰과정에서 학생들은 ‘뭐가 좋아서 선정했나’ ‘학교를 직접 사용하는 학생들은 왜 참여할 수 없냐’고 학교 측은 알려줄 수 없는 사안이라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경비업체와 외부인 출인 관련해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학교 측의 대처도 안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동덕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학생들은 오는 15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본관 앞에서 필리버스터 형식의 발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수시모집 기간이라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이 오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총학생회장은 “수시 면접을 보러 오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이번 사건에 놀라고 학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면 그것은 학생들의 공개발언 때문이 아니라 학교가 애초에 막지 못한 것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은 해당 건물 외에 있는 CCTV 등을 통해 음란행위 게시물을 올린 남성을 추적할 계획이다. 총학생회 측에도 관련 제보를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덕여대에서는 지난달 말에도 같은 건물 1층에서 불법촬영 의혹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덕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달 20~21일 축제기간에 불법촬영 의혹 신고가 있었지만 당시엔 불법촬영 카메라는 발견되지 않았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