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음주 사고’ 가해자 “많이 힘들다”… ‘윤창호법’ 제정되면 살인죄 적용?

입력 2018-10-13 12:00
방송영상 캡처

지난달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 미포오거리에서 만취한 채 BMW 차량을 몰다가 윤창호(22)씨와 친구를 치여 윤씨를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트린 가해 운전자 A씨(26)의 근황이 전해졌다. A씨는 “기억 나지 않는다” “많이 힘들다”라고 말했다.

가해자 A씨의 근황은 12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공개됐다. A씨는 사고로 다리 왼쪽 무릎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처벌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시점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A씨는 SBS 제작진이 ‘방송국에서 왔다’고 밝히자 “어떻게 알고 왔냐”며 “지금은 그냥 가주면 안될까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저도 많이 힘들다”고 했다. 제작진이 ‘어떤 부분이 많이 힘드냐’고 묻자 “죄책감에 많이 힘들다”고 답했다. 또 ‘음주하셨는데도 운전을 하셨어요’라고 질문하자 “기억이 안 나서요 저도”라고 했다. 음주량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제가 그날 얼마나 마셨는지도 기억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방송 영상 캡처

피해자 윤씨와 아버지는 가해자 측의 사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 아버지는 최근 방송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25만명 이상이 동의하는 상황이 되니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한 번도 안 찾아가지 않았다. 찾아갔으나 못 만났을 뿐이다’라는 자기방어 논리로 찾아왔을 뿐”이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윤씨의 학과 동료들이 사고 이후 각계각층을 향해 ‘윤창호법’ 입법을 호소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윤씨의 친구인 김모(23)씨 등 고려대 행정학과 학생들이 지난 2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글에는 10여일 만에 25만여명이 뜻을 함께 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전원에게도 메일을 보내 ‘윤창호법(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음주운전 2회까지 초범으로 간주하는 기준을 2회에서 1회로 변경하고, 처벌 기준이 되는 음주 수치 기준도 낮추자는 것이다. 음주사고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때는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부산출신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정치권도 이들의 관심에 화답하고 나섰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은 최근 병원을 찾아 “음주 운전을 ‘묻지 마’ 살인행위로 규정하는 가칭 ‘윤창호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부산 해운대을)도 ‘윤창호법’ 제정에 찬성의사를 밝혔다.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윤창호씨. 방송 영상 캡처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윤창호법’ 입법 청원과 관련해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추석연휴를 맞아 휴가를 나왔던 윤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2시25분쯤 해운대구 중동 미포오거리 교차로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A씨가 운전하던 BMW 승용차가 횡단보도 앞 인도에 서 있던 윤씨와 그의 친구를 덮친 것이다. 윤씨는 충격으로 15m 이상 튕겨나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며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34%의 만취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