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무단횡단 중인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로 들이받아 사망케 한 운전자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무단횡단 보행자에 대한 주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고려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김재근 판사는 무단횡단을 하던 60대 여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화물차 운전자 A씨(5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7일 자신의 소형 화물차로 서울 동대문구의 한 교차로를 주행하다가 무단횡단을 하는 B씨(68)를 치었다. B씨는 머리를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다.
검찰은 B씨가 무단횡단을 했지만 교차로에서는 운전자가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야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의무를 게을리 해 B씨가 사망했다며 A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달리 봤다. 법원은 A씨가 앞선 무단횡단 보행자들에 대한 주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이고, 추가 무단횡단 보행자가 있을 거라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참작해 이같이 선고했다고 밝혔다. 실제 사고 당시에는 B씨 외에도 앞선 다른 무단횡단 보행자들이 있었다. 1차로를 주행하던 A씨는 앞선 무단횡단 보행자는 확인했지만, 2차로에 정차 중인 트럭 앞으로 나타난 B씨는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법원은 A씨가 횡단보도를 80m 앞둔 지점부터 이미 차량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뀐 점, 사고를 피하기 위한 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사고분석 감정 결과, A씨가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8m 이상의 거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에는 약 12m밖에 확보되지 않았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