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방침을 보건복지부가 수용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국내 게임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WHO가 최종적으로 게임장애(중독)를 질병화하면 이를 바로 받아들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WHO는 지난해 12월 게임 중독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을 공개했다. 아직은 개정안일 뿐이지만 내년 5월 뿌리를 박을 경우 2022년부터 게임 중독은 본격적으로 질병으로 관리된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하게 되면 국내 게임업계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셧다운제 등 게임 과몰입에 대한 규제 수위가 한창 논의되는 시점에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못 박으면 규제측이 더욱 탄력을 얻는다. 게임 제작에 대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이용자들이 게임에 접근하는 환경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게임산업은 문화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과몰입 문제는 쉽사리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셧다운제 시행은 대표적인 사례다. 국감에서는 게임 업체가 중독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문체부, 게임업체 등 유관단체들은 게임 과몰입이 질병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역설하고 있다. 이들은 이달 중 게임이 술, 담배, 도박과 같은 유해 중독물질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할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산업의 명운이 내년 5월 WHO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할 만큼 게임 과몰입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점이 국내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면서 “게임 업계에서 나름 합심해서 질병 등록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의 현 기조에 대한 지지세 또한 강한 것이 사실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