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피를 흘리지 않고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은 더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4·27 정상회담과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합의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 이후 이어진 환담에서 “서해 NLL은 우리 장병들이 정말 피로써 지켜온 그런 해상 경계선이다. 우리 장병들이 피로서 지켜왔다는 것이 참으로 숭고한 일이지만 계속 피로서 지킬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 방법이 NLL이라는 분쟁의 바다 위에 그 일대를 하나의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그쪽 수역은 우리 어민들이 어로금지선 때문에 황금어장을 두고도 조업을 못하고 있다. 남북 군사충돌이 없게 만들고,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 남과 북의 어민들이 함께 조업할 수 있게 하면 어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구상이 사실은 옛날 전두환 정부 시절부터 오랫동안 추진돼 왔던 것”이라면서 “북한이 NLL이라는 선을 인정하지 않다보니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북한이 일관되게 NLL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NLL을 북한으로 하여금 인정하게 하겠다 하는 데도 큰 의미가 있다”며 “그다음에 그 분쟁의 수역이었던 NLL을 이제는 정말 명실상부하게 평화의 수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대전환”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 분쟁의 소지는 육상의 비무장지대, 군사경계선을 중심으로도 늘 있어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충돌의 가능성이 큰 것이 서해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동어로구역이 설정된다면 남북 어민들이 공동 조업을 통해서 어획 수입을 더 높일 수 있고, 제3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남북이 함께 막아내는 효과까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NLL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남북이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내놓은 군사합의는 찝찝하게 끝났다. 남북은 서해에 포사격과 해상훈련을 금지하는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완충수역)을 설정하면서 NLL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또 남북은 서해 평화수역과 시범 공동어로구역 모두 구체적인 경계선을 확정하지 못했고, 향후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논의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 NLL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국방부는 해상 적대행위 중지 구역으로 서해와 동해에 각각 80㎞ 구간을 설정했다고 밝혔다가 오후 10시쯤 “서해 구간은 135㎞”라고 정정했다. 백령도 이북 NLL 기준으로 남측의 적대행위 중지 구간이 약 85㎞로 북측(약 50㎞)보다 더 길어 결과적으로 NLL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실무진 착오였다”며 “NLL이 후퇴한 게 아니라 북측 해안포가 집중 배치된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효과를 얻은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