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방탄소년단의 ‘네번째’ 인연

입력 2018-10-12 11:08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RM·뷔·제이홉·슈가·지민·정국·진)이 오는 1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방문하는 프랑스에서 공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 대통령과 방탄소년단의 ‘인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된 것은 지난 5월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SNS을 통해 “노래를 사랑하는 일곱 소년과 소년들의 날개 ‘아미’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로 시작하는 축전을 보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것을 축하하는 메시지였다. 문 대통령은 축전에서 “일곱 멤버 각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노래에 담아 지역과 언어, 문화와 제도를 뛰어넘었다”며 “방탄소년단에 의해 한국 대중음악은 세계무대를 향해 한 단계 더 도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10대들에게 가해지는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겠다는 뜻의 방탄, 지금부터 진, 슈가, 제이홉, RM, 지민, 뷔, 정국 일곱 소년의 이름 하나하나를 기억해야 하겠다”며 “여전히 새로운 시작이다. 멋진 모습으로 우리 국민들,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나눠주어 고맙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과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 73차 유엔총회에서 재회했다. 문 대통려으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방탄소년단은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파트너십 출범 행사에 참석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날 방탄소년단을 만나 “자랑스럽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또 김 여사는 방탄소년단이 지난 5월에 이어 9월에도 빌보드 200차트 1위를 기록한 것을 축하하면서 “방탄소년단이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을 대변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다”며 격려했다. 이틀 뒤 방탄소년단은 미국 ABC 토크쇼인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했는데, 멤버중 하나인 정국이 김 여사에게 선물 받은 ‘이니 시계’를 차고 나와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8일 열린 제43차 국무회의에서 한류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방탄소년단에게 화관문화훈장을 수여하기로 의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방탄소년단에 대해 “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우리말로 된 가사를 집단으로 부르는 등 한류 확산뿐만 아니라, 한글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호평했다고 한다. 결국 유럽순방은 문 대통령과 방탄소년단의 네번째 만남인 셈이다. 방탄소년단은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유독 다양한 연예인을 각 행사의 취지에 맞게 적절히 초청하고 있다. 이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은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행진은 생략되고 가수 싸이가 등장해 축하공연을 했다. 지난달 18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는 가수 에일리, 지코, 알리가 동행했고 지난해에는 가수 박효신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내한 만찬 행사에서 ‘야생화’를 불렀다.

탁 행정관이 연예계 인맥을 총 동원해 행사를 다양하게 꾸미고 있다는 평가다. 탁 행정관은 윤도현 밴드, 자우림, 들국화 등의 콘서트 연출을 여러 차례 맡은 공연기획·연출자 출신이다. 청와대는 지난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장에서도 대중가요로는 이례적으로 야생화를 틀기도 했다. 이 노래를 선곡한 것도 탁 행정관이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지난 7월 탁 행정관의 사의 표명 해프닝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탁 행정관은 지난 6월30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며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특히 “사직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지난 평양공연 이후였다. 애초에 6개월만 약속하고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비서실장님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고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본인의 거취를 둘러싼 주변의 설왕설래에 보다 분명하게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은 탁 행정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가을에 남북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 만이라도 일을 해 달라. 첫눈이 오면 놓아 주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개적으로 탁 행정관의 사퇴를 만류한 것이다. 연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앞두고 탁 행정관의 거취에 관심이 커지는 형국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