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르르 무너진 롤드컵,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입력 2018-10-11 10:16

한국 대표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출전 중인 3팀 중 2팀이 졌다. 지난 5년간 대회를 지배해온 ‘스테디 챔피언’ 자리가 위태롭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룹 스테이지 1일차 경기에서 한국은 1승 2패의 성적을 거뒀다. kt가 ‘유칼’ 손우현의 맹활약에 힘입어 승리를 따냈지만, 아프리카 프릭스와 젠지 e스포츠가 각각 G2(유럽)와 팀 바이탈리티(유럽)에 패했다.

갈 길이 먼 상황에서 승리가 당연시되는 팀들이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아프리카는 롤드컵 무대에 처음 오른 만큼 긴장한 기색이 많이 보였다. 하이머딩거 원거리딜러 출연에 당황하며 페이스를 놓쳤다. 젠지 역시 팀 바이탈리티에 운영에서 밀리며 완패했다. kt만이 LCK 서머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

물론 아직 첫 발을 뗐을 뿐이다. 젠지는 대표적인 ‘슬로우 스타터’다. 지난해 챔피언에 올랐지만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젠지는 지난해 그룹 스테이지에서 RNG(중국)에 2연패를 당하며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약팀에 강한 팀’이란 조롱이 나왔다. 8강 탈락을 예상하는 팬들도 많았다. 젠지는 대회 중 ‘성장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8강에서 LCK 서머 챔피언 킹존 드래곤X를 3대 0으로 대파한 데 이어 준결승에선 팀 월드 엘리트(중국)를 3대 1로 눌렀다. 반대편에선 SK텔레콤 T1이 RNG를 3대 2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SKT의 대회 3연패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젠지는 절정의 경기력으로 3대 0 완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들었다.

한국은 2015년 롤드컵부터 2017년 롤드컵까지 이벤트전인 리프트 라이벌즈를 제외한 모든 메이저 국제 대회를 싹쓸이했다. 국제 대회 위기론은 “어차피 한국이 우승한다”는 반론에 부딪쳐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중국은 한국의 우수한 선수 및 코치를 다수 영입하고,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인 훈련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올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리프트 라이벌즈, 아시안게임에서 잇달아 우승하는 가시적 성과를 냈다.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1일차 전승을 기록한 중국·대만을 바라보기에 앞서 유럽·북미부터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늘 승부사였다. 팽팽한 상황에서 예상을 뒤엎는 밴픽으로 승부수를 던졌고, 결과로 증명했다. 왕좌를 빼앗겨도 이상하지 않은 현재 한국 팀들에겐 도전자의 겸손함이 필요하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