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앓는 내 아들, 촌각 다투는데…” 총파업 앞둔 국립 병원

입력 2018-10-11 06:00
기사와 무관한 사진. 뉴시스

경기 고양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A씨. 그에겐 소아암을 앓고 있는 7살 난 아들이 있다. A씨의 아들은 지난해 5월 윌름스 종양 판정을 받아 수술을 했다. 완치됐다고 생각했으나 올해 1월 같은 종양이 재발해 2차 수술을 받았다. 현재는 외래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항암 치료가 없는 날엔 혈액검사를 하며 백혈구 수치를 확인한다고 한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백혈구 수치가 떨어진 탓이다. 아들은 10일에도 혈액검사를 받기 위해 A씨와 병원을 찾았다. A씨는 “검사 결과를 보고 백혈구 수치에 이상이 있다면 12일 피를 수혈 받고 입원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들의 진료를 마치고 원무과를 찾은 A씨는 “12일엔 입원은 물론 수혈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날은 병원이 총파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며 원무과에서 진료예약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A씨는 “국립병원이 파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지만 적어도 공지 정도는 해줬으면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파업을 하게 되면 모든 환자가 응급실로 몰릴 텐데 부족한 인프라로 제때 진료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병원 VS 노조, 환자는 우려 섞인 한숨만…

A씨의 아들이 진료를 받고 있는 곳은 집 근처 국립암센터다. 국립암센터 노조는 최근 포괄임금제 전면 폐지 등을 주장하며 12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25차례나 조정을 거쳤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모두 결렬됐다고 한다. 국립암센터도 외래진료를 제한하고 입원병동 운영을 축소하는 등 준비 태세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 치고 받는 사이 환자와 그 가족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지는 않을까 우려를 하고 있다. 암 환자는 삶의 기로에서 촌각을 다투는데 병원과 노조 모두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A씨는 “아들은 제때 피를 수혈 받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며 “평상시 인력이 풍부할 때도 혈액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살았는데, 파업까지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합의점 찾겠다”

병원 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노조와 합의점을 찾아내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아울러 “응급환자 순으로 진료를 진행할 것이고, 인프라가 부족하다면 전원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의 아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 데 대해선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필수유지인력’ 관련 통보를 받았는데, 통보에 따르면 일반 병동이나 주사실, 외래진료엔 인력을 유지할 의무가 없어 예약을 취소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사전 공지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는 “아직 조정이 한 차례 남았다. 남은 조정도 결렬되면 그때 총파업이 진행되는 것”이라며 “파업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공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2000년 개원했다. 노조도 결성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며 “부족한 게 많고 서툴더라도 최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씨의 아들은 12일 예정대로 외래진료를 받게 해뒀다”고도 했다.

국립암센터 노조는 현재 ▲포괄임금제 폐지 ▲적정인력충원 ▲고용안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차등성과급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