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유도 간판 최광근 ‘붕대 투혼’ 끝에 값진 은메달

입력 2018-10-10 21:12 수정 2018-10-10 21:17
최광근(왼쪽)이 1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이란의 무사네자드 카르모즈디 에흐산과 경기를 치르고 있다. 자카르타=사진공동취재단

시각장애 유도 선수 최광근(31·수원시청)이 붕대 투혼 속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광근은 10일 오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터내셔널 엑스포(지엑스포)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이란의 무사네자드 카르모즈디 에흐산에게 연장 혈투 끝에 지도패를 당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대회 3연패를 노렸던 최광근으로선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입은 전방십자인대 및 내측인대 파열 부상에도 불구하고 결승에 올라 따낸 은메달이어서 투혼이 빛난 무대로 기억될 전망이다.

최광근은 이날 인대 파열 부상에 따라 양 무릎에 붕대를 칭칭 감고 예선 경기를 치렀다. 인대가 파열된 오른쪽 무릎 때문에 왼쪽 무릎에도 무리가 갔기 때문이다. 실전에 강하다는 평을 받은 최광근은 오른 발을 땅에 딛기 힘들 정도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결승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결승에서 지도 1개씩을 주고받으며 접전을 벌인 최광근은 정규시간(4분) 안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골든스코어로 치러지는 연장전에 돌입했다. 그는 연장 시작 1분 24초 후 지도 1개를 더 받았다. 최광근은 연장 2분 41초 지도 1개가 추가, 지도 3개로 경기에 패했다.

장애인 유도를 대표하는 스타 중 한 명인 최광근은 그간 각종 국제종합대회에서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그는 비장애인 유도 선수로 생활하던 고2 때 연습경기 도중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비장애인 선수들과도 겨뤄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둘 정도였지만 대학재학 중 녹내장 등으로 신체적 한계에 부딪혔다. 2010년 장애인 유도 선수로 전향해 장애인 유도 간판으로 활약해왔다.

최광근은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도 한 경기를 제외하고 1분 이내 한판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달성한 최광근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2연패도 일궜다.

최광근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던 지난달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상이 있더라도 시합을 마무리하고 수술할 생각”이라며 “큰 대회를 앞두고 다친 적도 많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신력으로 극복해보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카르타=공동취재단,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