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우리가 잃어버린 미스선샤인과 빛나는미래 준비하기

입력 2018-10-11 00:01 수정 2018-10-11 00:01
2018년의 한국 사회에서 18세 미만 여자 아동의 직업전문성은 큰 주목을 끄는 주제가 아닐지 모른다.하지만 UNICEF는 다가오는 10월 11일 세계 여아의 날을 통해 전세계 청소년 4분의 1 중 대부분의 여아들이 교육 또는 직업훈련을 받지 못하고 있거나 미취업 상태라는 오래된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 더욱이 기술 혁신과 자동화의 영향으로 고도의 숙련된 인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향후 10년개발도상국 청소년의 90%이상은 임금이 보장되지 않고 학대와 착취가 난무하는 비공식 영역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비춘다.

아라다(Arada) 지역 한 학교 내 설치된 불법인신매매 반대 메시지 벽화. 소녀들은불법중개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지역내 성공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여성 롤모델을 원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청년기고] 우리가 잃어버린 미스선샤인과 빛나는미래 준비하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슬비 에티오피아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지난 달 출장에서 접했던 에티오피아 여아들의 사연은 이러한 사실과 다르지 않게 맞닿아있었다. 아디스아바바 슬럼지역에 살던 한 소녀는 마을 어른의 권유로중동지역에 가기로 결심했다. 마을안에서는 일할 거리가 없기도 하고,몇 년만 일을 하고 돌아오면 자기인생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바꿀 수 있다는 그럴듯한 소문들이 팍팍한 현실 속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불법중개인을 통해 사막을 건너간 소녀는 한 가정에서 가정부로 4년 동안 일한 뒤 아픈 몸과 함께 고작 1년치 임금을 손에 쥐고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각종 학대에 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불법이 주였다는 이유로 임금 착취에 대한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스쇼아(Northshewa) 지역 직업훈련센터에서 가죽공예품을 제작하고 있는 여야의 모습. 기업가 정신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적절한 기술훈련과 시장판매계획은 필수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노스쇼아(Northshewa) 지역에서 가죽공예품 제작 훈련에 참가했던 한 여아는 단순 기술보다 상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고급기술을 배워야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꽤나 확신했다. 한편국가나 사설 기관에서 제공하고 있는 기술들은 훈련생들의 수요를 채우기에 양질의 측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는 부분도 담담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소녀의 꿈을 이루기에 아직 갖춰지지 않은 주변 환경은 소녀가 마주한 현실 앞의 또 다른 장애물로 놓여있었다.

한편, 희망도 보았다. 아디스아바바에서 만난 한 발달장애여아에게는 보통 장애아동의 부모나 양육자들에게 제공되는 수공예품 제작 훈련에 함께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학교공동체에서 기술을 익히며 작업 중 다양한 지역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고, 덕분에 사회적 유능감과 소속감이 향상되어 사회의 일원으로 어우러질 수 있었다. 자신이 해낸 일을 설명하는 아이의 기쁜 얼굴은 그 어떤 설명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노스쇼아(Northshewa) 지역 헬스센터에서 지역 청소년과 면담중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슬비 에티오피아 프로젝트 코디네이터(가장 오른쪽)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올해 세계 여아의 날 주제인“With Her: A Skilled GirlForce(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준비된소녀와 함께)"는 전세계 여아들이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충분히 누리고 준비된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책임을 묻는다.현재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아를 위한 직업훈련은 가장 소외된 여아(농촌 거주, 장애 보유, 인도적지원 상황등)가 참여할 수 있는 통합적 접근을 취하지 않고 있거나, 과학기술을 포함한 21세기형 교육이 아니거나, 인턴십이나 수습과정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공공연한 성차별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어떤 관념이든 잃어버린 무언가와 함께 하길 바란다면 현재 상황을 살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과 태도를 취하는 것이 성숙한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역량이 증진되어 본래의 모습대로 빛을 내는 소녀들과 함께하고 싶다면 그러한 세상을 그려나가는 것은 우리의, 부분적으로는 나의, 몫일 것이다. 아주 작은 관심일지라도 지금 있는 자리에서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갈 때, 10년 후 혹은 그 이후에라도, 지금보다 더 생명력 넘치는 창조의 원천들을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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