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저유소 화재 사고의 핵심 피의자인 스리랑카 노동자 A씨(27)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10일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경찰이 검찰의 보강 수사 지시에 따라 영장을 재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A씨를 불구속 수사하는 한편 수사전담팀을 꾸려 저유소 관리 부실을 본격 수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처음부터 외국인노동자의 풍등에 초점을 맞춘 무리한 수사로 삐걱댔다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고양경찰서가 A씨에 대해 재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기각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34분쯤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불붙은 풍등을 날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 대형 화재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A씨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날 오후 석방됐다. 검찰 지시에 따라 경찰은 이날 오후 2시쯤 영장을 재신청했지만 풍등과 대형 화재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에서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A씨에게 풍등에 불을 붙여 날린 ‘실화(失火)’의 책임이 있다고 해도 국가주요시설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책임을 A씨에게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경찰이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A씨에게 중실화 혐의를 적용한 탓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리랑카인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지 말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특히 대한송유관 측이 사고 당일 18분 동안이나 화재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리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당시 저유소에 근무자가 6명이 있었고, CCTV가 있는 중앙통제실에는 근무자가 2명이 있었는데도 초기 대응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폭발한 탱크에는 화재발생을 감지하는 장치가 달려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 신병 확보가 어려워지자 뒤늦게 전담팀을 별도로 꾸리겠다고 밝혔다. 기존 고양경찰서 수사인력에다 광역수사대 등 추가 인력을 보강해 20여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전담팀은 저유소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지 못한 이유, 피해가 확산된 경위 등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A씨에 대해서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