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 관련 선배 법조인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들은 10일 ‘사법부에 고한다-사법농단 사태 앞에서 사법의 길을 고민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해당 성명서 발표 여부를 두고 진행한 투표에서 재적 470명 중 71.0%(334명)가 참여했고 유효표 330표 중 90.6%(299명)가 찬성했다.
이들은 “선배 법조인들이 걸어가며 남긴 판결문은 우리의 길이 돼왔다. 그 걸음을 온전히 따라가기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적어도 그 모든 문장은 헌법과 법률에 의한 법관의 양심에 따라 쓰였으리라 굳게 믿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오늘의 사태에 이르러 그 믿음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공정한 재판은 공허한 말로 퇴색됐고 법관의 저울에 놓인 법치의 이념은 무게를 가늠하게 어렵게 됐다”고 성명을 낸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사법농단 의혹 관련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은 “법을 적용하는 법관이라 할지라도 법 앞에서는 다른 시민들과 평등하다”며 “그러나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청구된 영장들은 연이어 기각되고 있고 유례없이 상세한 기각이유들로 뒷받침되고 있다. 현 사법부가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을 망각하고 사법농단을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사법의 권력은 헌법의 이념에 충실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때만 그 존재가 정당화된다”며 ▲관여 법관들의 수사 협조 ▲사법부의 진상 규명 ▲사태 재발 방지 ▲재판 거래로 피해 본 당사자들의 권리 구제를 요구했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