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논란에 휩싸였던 부산의 BRT(중앙버스전용차로)가 15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의 학습·숙의과정을 통해 ‘공사재개’로 결정됐다.
시민참여단은 10일 이 같은 결정사항을 부산시에 통보했고, 시는 지자체 전국 최초의 시민 숙의과정에서 결정된 사항을 존중해 BRT노선의 공사를 조만간 재개하기로 했다.
BRT 정책결정을 위한 시민공론화 위원회는 니말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잠정 중단되어 있는 중앙로 내성~서면구간(5.9㎞)과 해운대 운촌삼거리~중동지하차도 구간(1.7㎞)에 대해 ’공사재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시민공론화위원회의 최종 결론은 1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이 설계된 이후 2585명의 시민여론조사 결과와 시민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141명의 1박2일간 학습·숙의 과정을 통한 시민참여단의 결론,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출됐다.
우선 2585명의 시민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공사재개가50.2%(1297명), 공사중단이42.0%(1087명), 아직은잘 모름이 7.8%(201명)으로 공사재개가 공사중단보다 8.2%(210명)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공사재개, 공사중단, 아직 잘 모름의 입장을 밝힌 시민을 각각 50명씩 150명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했고, 이들 중 개인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한 9명을 제외하고 학습·숙의 과정에 최종 141명이 참여해 94%의 높은 참여율을 나타내었다.
특히 학습·숙의 과정이 있은 5~6일은 태풍 콩레이의 직접적 영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명의 이탈자도 없이 141명 전원이 끝까지 참여하는 등 학습·숙의 과정의 열띤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시민여론조사에서 시민대표로 선정된 시민참여단 141명은 최초 공사재개 45명(32%), 공사중단은 48명(34%), 아직 잘 모름은 48명(34%)이 최종 참석했으며, 오리엔테이션과 TV토론회, 그리고 사전 자료집 학습 과정을 거쳐 1박2일의 학습·숙의 과정에 들어가기 직전에 시행한 중간조사에서는 공사재개 36.9%(52명), 공사중단 35.5%(50명), 아직 잘 모름이 27.6%(39명)로 나타났다.
학습·숙의 과정을 모두 마친 시민참여단은 공사재개가 61.0%(86명), 공사중단이 39.0%(55명)으로 나타나 22.0%(31명) 차이로 ‘공사재개’를 최종 결론으로 도출했다.
시민참여단이 참여한 학습·숙의 과정에서는 전반적으로 본인의 의견만을 주장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본인 순서가 되었을 경우 질문하는 등 성숙된 토의과정을 이끌어 내어, 모든 과정이 완료된 이후 공론화 과정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만족도(81.6% 만족, 14.9% 보통, 3.5% 불만족)가 매우 높았다.
또한 공론화 과정의 만족도에서 알 수 있듯이 열띤 토론 끝에 학습·숙의 시간동안 본인의 의견 변화가 61.7%(87명)나 있었으며, 이는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들이 BRT에 대한 이해를 한 층 높였다는 결과라 할 것이다.
시민공론화 위원회에서는 “공론화 과정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부산시민의 대표인 시민참여단의 결론은 공사재개”라며 “다만, 공사중단의 입장을 가진 시민이 밝힌 의견도 소중한 의견으로 일반 자동차의 교통흐름을 보완하고, 교통사고 방지 위한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하며, 타 교통수단과 연계할 수 있도록 보다 더 편리한 환승체계 구축과 시내버스 노선개편 등을 통해 부산 교통여건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문가 의견을 적극 수렴해 보다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원인분석과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도시철도와 연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교통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보다 안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승객을 태운 택시의 BRT 구간 진입을 위한 법개정 건의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부산의 교통문제로 인한 시민불편이 최소화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 붙였다.
마지막으로 “BRT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민이 결정한 결과인 만큼 본인의 생각과 다른 결론이 도출되었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BRT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한 간선도로에 버스 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게 하는 대중교통시스템이다.
요금정보시스템과 승강장·환승정거장·환승터미널·정보체계 등 지하철의 시스템을 버스운행에 적용한 것으로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리며, ‘Bus Rapid Transit’를 줄여서 BRT라고 한다.
1970년대부터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실시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말부터 서울과 대전에 시범적으로 시행됐다.
BRT는 건설비가 지하철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하면서도 도착정보시스템과 버스우선신호체계·환승터미널 등 지하철의 시스템의 장점을 갖추어 버스의 정시성과 신속성·수송능력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이에 따른 버스의 대중교통수단 분담률도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의 BRT사업은 시가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2014년부터 도시 및 광역 7개 간선도로 84.6㎞(전체 사업비 2200억원)에 대해 추진해 왔다.
이중 2022년까지 시내 3개도로에 991억원을 들여 32.3㎞를 건설키로 하고 먼저 내성교차로∼운촌삼거리 8.7㎞ 구간을 완공, 개통했다. 운촌삼거리~해운대구 중동, 동래~서면 등 2개 구간 7.6㎞구간도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