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은 ‘남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게 하는 것’이 꼽혔다. 미국인의 ‘통증에서 해방되는 것’, 영국인의 ‘익숙한 환경에서 맞이하는 임종’, 일본인의 ‘심신의 편안함’과는 차이가 있다.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팀은 2016년 환자와 그 가족, 의사와 일반인 각각 1000명씩 4176명을 대상으로 10가지 ‘좋은 죽음’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종양 지지 치료’ 10월호에 발표됐다.
조사 결과 환자와 일반인은 ‘가족에게 부담주지 않는 것’을 첫째로 꼽았다. 가족들은 ‘가족이나 의미있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선택했다.
특히 가족에 대한 부담감, 가족 존재 여부, 주변 정리 등 세 요소가 의사를 제외한 그룹 3분의 2 이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간주됐다. 의사들은 ‘지금까지 삶이 의미있게 생각되는 것’이 첫번째였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은 좋은 죽음으로 ‘통증으로부터 해방’ ‘영적인 안녕상태’를 중요시 했다. 일본은 ‘신체적, 정신적 편안함’ ‘희망하는 곳에서 임종’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 영국은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가족, 친구와 함께’ ‘고통없이 죽어가는 것’ 4가지를 좋은 죽음으로 정의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죽음에 대한 가치는 문화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구에서는 ‘고통으로부터의 자유’가 우선 순위다. 많은 환자들이 삶의 끝에 심한 고통을 겪지만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가족을 중요시한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나타났듯 환자가 임종 시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함께 머무르며 주변을 정리하고 의미있는 삶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구체적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