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은 신문, 女는 잡지?” 광고가 비난 받은 이유… 문제는 ‘성 고정관념’

입력 2018-10-10 05:00

외국 유명 호텔 광고를 살펴보자. 남자와 여자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다. 부부의 아침 풍경을 표현한 듯 보인다. 이들은 침대 위에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올려놨고, 손에는 각각 읽을 거리를 들고 있다. 그러면서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미소 짓고 있다. 편안한 아침을 이 호텔에서 맞이하라는 취지로 제작한 광고일 것이다.

이 광고는 호주 페어팩스 미디어가 일주일에 한 번씩 발행하는 굿 위켄드 매거진(Good Weekend magazine) 최근호에 실렸다. 호주 퀸즐랜드 주 브리즈번에 위치한 소피텔 호텔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트위터

광고가 공개되자마자 트위터를 중심으로 지적이 빗발쳤다. 성 고정관념에 갇혀 정형화된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고 했다. 광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남성은 경제지를 읽고 있고, 여성은 탁자용 샤넬 잡지를 들고 있다. 또 남성 옆에는 패스트리 빵과 팬케이크, 여성 근처에는 과일이 놓여있다.

해당 잡지를 구독하는 여성 독자들은 광고 이미지에 나타난 성 고정관념을 지적했다. 한 트위터리언은 “여성은 유행에 민감하고 실용적이지 않는 내용을 읽는다는 꼬리표를 붙인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독자는 “치마 길이보다 주가에 더 관심있는 여자도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비난을 이어갔다. 여자라고 패션·뷰티·요리 등의 내용이 담긴 잡지만 읽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반대 의견도 많다. 한 트위터리언은 “난 여자지만 전혀 모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뭐가 문젠지 모르겠다. 누가 뭘 읽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적었다.

호텔 측 대변인은 “성 고정관념을 표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불쾌함을 느낀 이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호텔 측은 해당 광고를 더 이상 게재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