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서 매운맛 본 롤드컵 단골 팀들, 부산에선 다를까

입력 2018-10-09 14:31
EDG의 베테랑 정글러 ‘클리어러브’ 밍 카이가 지난 2일 2018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 경기에 출전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롤드컵 6회 출전의 금자탑을 세운 그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무대에 계속 서고 싶다”며 롤드컵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최대 이변은 지난 4일 나왔다. 전통 강호 에드워드 게이밍(EDG, 중국)이 인피니티 e스포츠(라틴 아메리카 북부)에게 덜미를 잡혔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단판제 특징이자 묘미라지만, 대회 개막 전 우승후보로까지 지목됐던 EDG였기에 충격이 적잖았다.

EDG는 실추된 팀 위상을 다시금 바로 세울 수 있을까. 팬들은 10일 부산 우동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펼쳐지는 2018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1일 차 경기에서 그 결과를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EDG는 이날 2경기로 예정된 매드 팀(대만·홍콩·마카오)과의 경기를 통해 명예 회복에 나선다.

매드 팀은 올해 대만·홍콩·마카오 지역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마스터즈 시리즈(LMS)에서 스프링 시즌 3위, 서머 시즌 2위에 오른 신흥 강호. 원거리 딜러 ‘브리즈’ 황 젠위안이 에이스로 꼽힌다. 이즈리얼 스페셜리스트인 ‘브리즈’는 서머 시즌 평균 KDA(킬과 어시스트를 데스로 나눈 수치) 7.0을 기록했을 만큼 뛰어난 생존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EDG로서는 ‘브리즈’와 전면전을 치러야 할 ‘아이보이’ 후 션자오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보이’는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갔다. 최고 장점인 과감한 위치 선정이 때때로 독으로 작용했다. 인피니티전 마지막 대규모 교전에선 가장 먼저 전사해 상대방에게 역전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우리 팀이 우승후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EDG의 정신적 지주이자 베테랑 정글러인 ‘클리어러브’ 밍 카이는 지난 2일 플레이-인 스테이지 첫째 날 2승을 챙긴 뒤 이처럼 말했다. 그는 “조별 예선 이후에는 8강을, 8강에선 4강을 목표로 해야 한다. 현재는 이 무대를 즐기겠다는 생각뿐”이라며 끝까지 신중한 자세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의 신중한 태도가 이해되는 건 EDG가 그간 롤드컵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EDG는 자국 리그에서 꾸준히 우승 트로피를 수집해온 명문 게임단이지만 롤드컵에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8강에 머물렀다. 설상가상 2017년에는 조별 예선 탈락의 충격까지 맛봤다.

EDG가 속한 C조에는 ‘브리즈’ 외에도 걸출한 원거리 딜러들이 포진해있다. kt 롤스터 ‘데프트’ 김혁규, 팀 리퀴드 ‘더블리프트’ 일량 펭이 그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각 지역 최고 수준 원거리 딜러로 꼽힌다. 만약 ‘아이보이’가 이들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EDG는 올해도 쌀쌀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귀국 길에 오르게 될 게 자명하다.

이번 그룹 스테이지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는 건 EDG만이 아니다. 클라우드 나인(C9, 북미), G2 e스포츠(유럽), 지-렉스(대만·홍콩·마카오) 등 메이저 지역 3시드 팀들은 모두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진땀을 뺐다. 특히 C9은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갬빗 e스포츠(독립국가연합)와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로 3-2 신승한 끝에 간신히 본선에 합류했다.

C9은 이번 대회 참가 팀 중 가장 특이점 마련이 절실한 팀이기도 하다. B조에 속한 C9은 10일 그룹 스테이지 1일 차 5경기에서 대회 유력 우승 후보인 로열 네버 기브업(RNG, 중국)과 맞붙는다. 대회 이틀 차인 11일에는 디펜딩 챔피언 젠지(한국)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3년 연속 8강 진출을 노리는 이들로서는 절망적인 대진 운이다.

한편 G2는 10일 4경기에서 아프리카 프릭스(한국)와 그룹 스테이지 첫 경기를 치른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첫 날 바흐체셰히르 슈퍼매시브(터키)에게 완패를 당했던 이들이 어떤 전술적 변화를 준비해왔을지가 관건이다. 또 G-렉스는 하루 뒤인 11일 4경기에서 인빅터스 게이밍(iG, 중국)과 대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롤드컵 대장정에 돌입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