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첫 발을 떼는 한국팀들이 승리의 축포를 쏘아 올릴 수 있을까. 올해 맹활약한 ‘젊은 피’의 폼이 관건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그룹 스테이지(16강)가 10일 오후 5시부터 8일간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다.
예선전 성격이 짙은 플레이인 스테이지와 달리 그룹 스테이지부터는 권역별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출전하는 만큼, 팬들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국 자격으로 3장의 시드를 얻은 한국은 kt 롤스터, 아프리카 프릭스, 젠지 e스포츠가 참가한다. 세 팀은 여름 시즌 ‘신성’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이들의 활약상이 성적의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1. 스코어 성불 일등공신 ‘유칼’ 손우현, 내친김에 롤드컵도
올 한해 신인으로는 믿기 힘든 퍼모먼스를 보여준 kt 소속의 ‘유칼’ 손우현이 이번에는 롤드컵을 정조준한다.
손우현은 올해 여름 ‘스코어’ 고동빈의 우승 커리어를 일궈낸 일등공신이다. 아지르, 탈리야, 스웨인, 조이 등 유형을 가리지 않는 다채로운 챔피언폭으로 팀 조직력의 첨병 역할을 했다.
손우현은 여름 정규시즌 KDA 4.17, 킬 관여율 65%, 분당 CS 9.51 등으로 팀의 중심을 든든히 지켰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챔피언 간 1대1 구도에서 단 한 차례도 솔로 데스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kt 특유의 ‘탈수기 운영’의 바탕을 그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롤드컵에 처음 발을 디디는 손우현이지만 팬들은 큰 걱정이 없다. 올해 첫 프로씬에서 손우현은 ‘긴장’이란 단어와 거리가 멀었다. 손우현의 롤드컵 첫 상대는 팀 리퀴드 소속 ‘포벨터’ 유진 박이다. 북미 대회에서 스프링 플레이오프, 서머 정규시즌, 서머 플레이오프 우승을 이끌었다. 스파링 상대로 제격이다.
2. 아프리카 ‘붐 업’에 기인하다, 국대 탑 김기인
‘기인’ 김기인은 국내 최고 탑 라이너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 아프리카 프릭스에 합류한 김기인은 올해 기량이 만개했다. 만년 중위권 팀이던 아프리카를 2위(스프링)와 3위(서머)에 올려놓았다.
김기인은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아시안게임엔 태극마크를 달고 소환사의 협곡을 누비기도 했다.
김기인은 여름 정규시즌 갱플랭크, 나르, 아트록스, 라이즈, 카밀 등 공격적인 챔피언을 주로 선택했다. 이전부터 호평 받던 스플릿 운영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의 큰 역할을 했다. 때론 사이온, 오른과 같은 픽으로 팀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도 했다.
여름 정규시즌 김기인은 세트당 솔로킬 0.33, 분당 CS 9.65로 슈퍼플레이와 안정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플레이오프에선 분당 CS 9.99로 팀의 절대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3. 공격 정글의 대가 강민승, 메타의 중심 설까
‘하루’ 강민승의 공격적인 스타일은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는 젠지 e스포츠에 적절한 조미료가 되곤 한다. 이번 롤드컵에서 ‘식스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강민승은 팀 조합에 따라 언제든 기용될 수 있는 상비군이다.
공격 정글의 대가인 강민승은 출전 기회가 주어지면 여지없이 막강한 스킬을 뿌리는 챔피언을 뽑았다. 신 짜오, 카밀, 렝가, 탈리야, 녹턴 등 라인 개입과 소규모 교전에 특화된 챔피언이 주로 선택됐다.
강민승의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은 수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름 정규시즌 동안 경기 시작 15분 내 평균 킬 1.22를 기록하며 전체 선수 중 유일하게 1을 넘겼고, 퍼스트블러드 확률은 17%에 달했다. 분당 정글링 3.18, 킬 관여율 71%에서도 공격적인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강민승은 경기 초반을 지배하다가도 중후반 아쉬운 판단으로 그르친 적이 있다. 젠지가 ‘앰비션’ 강찬용을 주전 정글러로 기용해온 이유다. 다만 최근 메타에서 공격적인 정글러가 자주 모습을 비추고 있고 강민승이 최근 경기에서 보완된 모습을 보인 만큼 이번 롤드컵에서 강민승에게 잦게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