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지옥 같은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공감을 얻기가 어려운 말일 것이다. 그런 고통을 겪어 본 사람조차도 세월이 지나면 그런 소박한 마음은 어느덧 사라지고 쾌락을 향해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면 좋은 세상일까? 세상을 산다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우리는 또한 ‘삶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알 수 없지만,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작게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산다면 나름 인생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소속된 느낌' 속에서 산다는 것도 의미 있다. 나 하나로 본다면 미미하지만 어떤 의미가 있는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동기부여되는 삶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와는 다르게 ‘자기 인생을 산다는 것' 또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윤이나 보상에 따르지 않고 억누를 수 없는 흥미와 열정에 따라 움직이며, 남들이 하지 않거나 알아주지 않아도 열망을 갖고 열심히 자기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인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비자는 인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성향은 본질적으로 개선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고 강력한 법가의 통치를 역설했다. 그 사상으로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했지만 그 나라는 16년 만에 망했다.
사람들을 다양한 규제로 속박하고 강력한 법으로 억누르면 권력을 휘두르기 쉬울지는 몰라도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정권이 오래갈 수는 없다. 세상엔 개인의 작은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많다. 그래도 세월이 가면 그 강력했던 힘도 균열이 가게 마련이고 결국은 세상도 변한다.
이런 복잡한 세상에서 행복이란 모두에게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는 것이니 남의 행복을 시샘하지 말고 자신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지 않도록 자꾸 스스로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욕망은 상기시켜주지 않아도 스스로 꿈틀대지만 그런 것은 자꾸 상기시켜 주지 않으면 그냥 잊게 된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우리 인간은 40대 중반쯤 되면 흔히 말하는 노화를 실감하게 된다. 이때쯤이면 눈의 노화가 시작되며 초점이 빨리빨리 맺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초점을 잘 맞추지 못하게 된다.
봄의 청소년기, 여름의 청장년기를 보내고 가을이 되면 노화가 진행되어 이제 슬슬 우리 몸 여러 곳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치질도 항문 주변 조직이 늘어지며 부풀어 오르는 일종의 노화현상이다.
가을이 되면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던 인생을 잠시 멈춰 옆도 보고 뒤도 돌아봐야 한다. 건강도 돌보고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도 돌아보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