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막걸리 논란’ 지속… “태도가 문제” vs “비판 일리 있다”

입력 2018-10-09 05:10
황교익 칼럼니스트. 황교익 페이스북 캡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SBS 예능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연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황씨의 과거 발언과 태도 등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일부에서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에 대한 비판은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황씨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막걸리 12종에 대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것을 두고 “방송 연출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자신을 향한 비판을 ‘악성 댓글’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황씨는 8일에도 페이스북에 “기사는 사실을 근거해 써야 한다. 한국 언론판이 아무리 권력과 금력에 오염됐다 해도 제 몫을 하는 기자들이 있다”고 적은 뒤 한 매체의 기사를 공유했다.

공유된 기사가 그가 말한 ‘제 몫을 하는 기자’에 의해 쓰여졌다는 거였다. 기사에는 황씨가 이번 블라인드 테스트 논란을 지적한 내용들이 인용돼 있었다. 인용된 발언은 다음과 같다.

“유통과 보관 상태에 따라, 한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라도 맛이 제각각이라 12개 브랜드 막걸리를 미리 알려주고 찾아내라고 해도 ‘신의 입’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맞힐 확률은 매우 낮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2종의 막걸리 중에 백종원은 3개, 사장은 2개 맞혔다. 그런데 백종원이 맞히고 사장이 틀리는 장면만 부각해 편집했다. 사장이 2개 맞힌 사실은 자막으로 처리하고 백종원이 3개 맞힌 사실은 숨겼다.”


황씨는 이날 다른 글에서도 “방송사는 120점 만점인 시험에서 30점을 맞은 학생(백종원)은 시험문제를 다 맞힌 것처럼, 20점 맞은 학생(청년사장)은 낙제를 한 것처럼 조작한 것”이라며 “방송조작으로 백종원을 막걸리 전문가로 오인하게 했다.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해 시청자를 우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향한 비판글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테스트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비판의 대상이 충분히 된다. 논란이 사생활과 경제활동 등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이어졌다. 방송조작을 지적하는 나만 공격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네이버 기사 <황교익 “‘백종원 방송 비판’으로 사생활·태도 공격받아…이건 정말 막가자는 것”> 댓글 캡처

네티즌들은 ‘(황씨는) 왜 자신이 비난받는지 모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이번 ‘막걸리 논란’보다도 황씨의 과거 발언을 주로 문제 삼는다. 막걸리 논란을 보도한 한 인터넷 기사에는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하는 사람들 보고 사회적 자폐라고 하질 않나. 정작 혼밥 문화는 (황씨가) 그렇게 좋아하는 일본에서 온 문화” “국민이 떡볶이를 맛있다고 느끼는 게 이명박 정부 세뇌라고 하고, 곧바로 떡볶이 광고 찍고” 등의 댓글이 달려있다.

황씨가 게시한 댓글 캡처본. 황교익 페이스북 캡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황씨 주장처럼 방송 편집과정에서 왜곡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황씨의 과거 발언과 이번 논란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황씨가 캡처해 공개한 인터넷 기사 댓글에는 “방송사 측에서, 블라인드 테스트 당시 백종원이 청년 사장보다 더 많은 수를 맞혔을 거라고 시청자가 믿게끔 편집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한 네티즌은 “(제작진은) 어느 지역인지 맞추는 것보다 시중 유통 막걸리 맛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려고 그런 거라고 했는데, 방송상으로는 청년 사장의 역량 부족만 부각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의견도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지난 4일과 7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들이다.

문 교수는 글에 “양조학으로 대학원을 나오고 전통주 양조로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원까지 지냈던 경력이 있던 청년 사장은 새로운 레시피로 막걸리를 제조했다. 자신의 음식을 컨설팅받고자 한 이 청년에게 제작진 측에서 막걸리를 그 대상으로 하자고 유도했고, 그게 본질로 바뀌었다. 그가 출연한 방송 컨셉 때문에 한 막걸리 ‘덕후’ 청년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적었다.

문 교수는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팔리는 막걸리를 만들어야 하는 자영업자에게 백종원의 진단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면서도 “막걸리의 대중성이 반드시 백종원씨의 컨설팅대로만 해야 확보되는 것이 아니고 방법은 다양한데, 방송에서는 이 내용이 고려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종형 객원기자